
“비록 우리나라 시스템반도체 산업 기반은 약하지만 이번 ISSCC2011 행사에서 우리나라의 성과는 작은 불씨를 피운 셈입니다. 이러한 인재들이 향후 2, 3년 뒤 산업계로 퍼져 가면 우리나라 시스템반도체 산업도 도약의 계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래픽 프로세서와 헬스케어 반도체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로 꼽히는 유회준 KAIST 교수는 내년 개최될 ‘국제고체회로학술대회(ISSCC) 2011’ 성과에 고무돼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KAIST가 이번 행사에서 총 9편의 논문이 채택돼 인텔(7편) 등 내로라하는 기업, 연구소를 제치고 아시아에서 최초로 최다 논문 채택기관이 된 데다가 우리나라 전체 논문 수(22편)도 일본(24편)에 근접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우리나라와 일본과의 채택 논문 차이는 10편에 이르렀다. 논문도 메모리 일색에서 아날로그, RF, 무선, 유선 등으로 다양화된 것도 고무적이다. 유 교수 연구실에서는 이번 ISSCC에서 3편의 논문이 채택됐다. ISSCC는 제출된 논문의 30% 정도만을 채택할 정도로 까다롭게 평가한다.
25일 프레스센터에서 한국기자 대상의 기자간담회를 갖기 전 유 교수는 ISSCC 아시아위원장 자격으로 일본과 대만에서도 같은 내용의 간담회를 개최했다. 유 교수는 “일본 간담회에서는 참석한 현지 기자들이 ‘KAIST 대단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으며 대만은 대만 국립대총장, 대만교통대 총장 등이 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할 정도였다”며 “하지만 국내에서는 큰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유 교수는 ISSCC 2011 논문심사 결과 반도체의 중심이 아시아로 넘어오고 있고 우리나라에도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기회가 분명히 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올해 MIT에서 1500명의 석사를 모집했는데 미국 지원자가 적어 한국 학생만 250여명을 받았다고 한다”며 “전 세계적인 이공계 기피 현상 가운데에서도 한국은 경쟁국에 비해 사정이 낳은 편”이라고 말했다. 논문 측면에서도 한국이 논문의 질과 양에서 계속 개선되는 만큼 이런 인재들이 기업으로 배출되면 더욱 더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이 강해질 것이라는 믿음도 갖고 있다. 그는 반도체 산업을 놓고 경쟁하는 대만에 대해서는 “대만행정원 산하 과학재단에서 내년 투자할 가장 큰 프로젝트 반도체 SoC(시스템온칩)분야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그간 대만정부의 투자에 힘입은 시스템반도체 성공 결과에 고무돼 앞으로도 많은 투자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학계에서는 작은 불꽃을 살리는 작업을 계속해야 하고 이를 큰 불로 키우는 것은 기업과 정부의 몫”이라며 “아직은 열악하지만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꼭 성공사례가 나올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