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통구조가 복잡할수록 소비자와 기업 모두 손해입니다. 그동안 뷰티 산업은 정보화의 사각지대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인터넷과 IT로 미용 등 뷰티 분야 유통 구조를 ‘180도’로 바꿔 놓고 싶습니다.”
안기영 유닉스뷰티 대표(44)가 이미용 업계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올해 2월 헤어드라이어 업체로 잘 알려진 유닉스전자와 공동으로 설립한 ‘유닉스뷰티’를 앞세워 보수적으로 소문난 이미용 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 넣는 데 성공했다.
“유닉스뷰티는 온라인으로 거래를 주선하는 일종의 전자상거래 업체입니다. 유통구조를 단순화해 새로운 뷰티 산업의 생태계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입니다. 중간 유통업체를 거치지 않고 바로 제조업체와 미용실을 연결해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모델입니다.”
유닉스뷰티는 이미용 분야의 ‘개척자’같은 기업이다. 비즈니스 모델은 단순하다. 제조업체와 미용실을 직접 연결해 인터넷으로 주문을 받으면 오프라인보다 싼 가격에 상품을 배송해 준다.
“전국에 대략 8만5000개 미용실이 있습니다. 이들 모두가 고객입니다. 그동안 미용실은 지역 유통상에게 상품을 주문했습니다. 거래 관행도 불투명하고 주먹구구식이었습니다. 이제는 인터넷으로 가격을 비교해 훨씬 싼 가격에 제품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전에도 비슷한 사업 모델이 있었다. 그러나 신뢰를 얻는 데 실패했다. 웹 사이트도 조잡할 뿐 더러 업체 규모도 작았기 때문이었다. 안 대표는 신뢰가 중요하다고 판단해 ‘유닉스’ 브랜드를 적극 활용했다.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4000가지 상품을 구비했다.
안 대표가 성공 모델을 확신한 데는 과거 경력도 크게 작용했다. 그는 창업 전 IT엔지니어였다. 1997년 롯데백화점 온라인 쇼핑몰을 구축했으며 1998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고객 관리(CRM)시스템을 도입한 주인공이다. 이어 공급망(SCM), 무전표 판매시점관리(POS), 전사 자원관리(ERP) 시스템 작업에 모두 관여했다. 롯데닷컴 콜센터(CTI)와 그룹 통합 포인트 시스템도 안 대표의 손을 거쳤다. 게다가 유닉스뷰티를 설립하기 전 심지·TV헤어·뷰티온넷 등을 거치면서 미용기구와 미용 재료 분야의 유통 노하우를 쌓았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상거래 모델은 사실 새로운 게 아닙니다. 이전에도 많이 있었고 뷰티를 제외한 다른 분야에서는 이미 유통의 한 축으로 부상했습니다. 유닉스뷰티는 온라인 모델이 아니라 CRM·SCM 등 첨단 IT시스템을 접목해 나갈 계획입니다. 단순한 유통 기업이 아닌 서비스 기업으로 비전을 세운 것도 이 때문입니다.”
2월 설립한 유닉스뷰티는 지금까지 누계 매출 6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미용용품 시장 3000억원에 비하면 이제 걸음마 수준이다. 안 대표는 오히려 “성적표는 기대 이상”이라며 “이미용 시장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음을 확인한 게 더 큰 성과”라고 힘줘 말했다.
글=강병준 bjkang@etnews.co.kr 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