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대법원에서 도난 휴대폰으로 타인이 몰래 통화하거나 무선인터넷을 이용한 경우에는 사용절도에 해당되지 않으며 처벌을 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현재 사용절도는 자동차 등의 불법사용이나 자동판매기, 공중전화 등의 편의시설 부정사용 및 도난카드 사용 등에만 해당되는 것으로 돼 있다. 비슷한 사례로 몇 년 전 국내 체류 외국인이 통신카드를 절도해 국제통화 등에 사용한 경우에 대해서도 편의시설 부정사용이나 사용절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례가 있었다.
최근 우리나라 휴대폰 가입자가 5000만명을 넘었고 10명 중 1명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널리 보급되고 있다. 1인 1폰을 넘어 1인 다폰시대에 들어선 만큼 우리 사회에서 휴대폰은 단순한 통신도구가 아닌 멀티미디어라는 관점에서 많은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휴대폰은 통화수단뿐만 아니라 카메라, MP3재생기, 게임기, TV나 영화를 보는 도구기도 하다. 하나의 컴퓨터 기능을 온전히 하고 있고 때론 그 이상의 역할도 한다. 우리는 그냥 휴대폰이라고 부르지만 이제는 쓰는 사람의 용도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는 만큼 집중하는 용도에 따라 이름도 달리 불러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다. 바로 얼마 전의 카메라폰처럼 말이다.
기존의 단순한 통화나 문자이용이 아닌 다양한 무선인터넷 이용 등으로 단순 통신비 지불이 아닌 생활 속에 콘텐츠 이용을 위한 문화생활비용으로 활용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휴대폰의 잠금장치가 설정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일반적이어서 특히 인터넷망을 이용하는 스마트폰이 분실이나 도난을 당해 타인이 무단으로 사용할 경우 하루에 수십만원의 요금도 부과될 수 있지만 현행법상으로는 처벌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휴대폰을 중심으로 급속히 발전하는 정보통신서비스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이에 대한 부당사용의 경우 처벌 법률이 발맞춰 입법화되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앞서 실제로 발생한 몇몇 사건을 보더라도 민사상 처리 또한 매우 어려운 실정이기도 하다. 문제는 있지만 법이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향후 문제는 더 크게, 더 중요한 분야에서 발생할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인데 말이다.
분실·도난 휴대폰의 무단사용은 이동통신서비스망 불법이용으로 휴대폰 부정사용절차에 따른 개인적 피해 및 사회적 부작용을 야기한다. 따라서 개인적 소견으로는 휴대폰의 올바른 이용문화에 반하는 행위로서 가해자가 보상이 없는 경우는 친고죄로 처벌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분실·도난 휴대폰의 무단사용 관련 입법을 위해서는 정보화 사회에 맞지 않은 사례파악과 부작용에 대한 체계적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문제점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법으로 명시함으로써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법을 바탕으로 처벌이 꼭 이뤄져야 한다는 당위성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조연수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통신사업본부장 ysjk77@kai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