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로봇과 드럼배틀을 펼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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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된 ‘로보월드 2010’에 다녀왔다. 교통이 다소 불편한 장소에서 열렸지만 이번 로보월드 행사는 볼거리가 많고 행사진행도 짜임새 있어 로봇인으로서 마음이 흐뭇했다. 개인적으로 로보월드 개막식의 일환으로 로봇과 인간이 음악 실력을 겨루는 퍼포먼스를 국내 최초로 소개한 것에 큰 보람을 느꼈다.

작업장에서 일하는 로봇장비가 무슨 음악을 하냐고 생각하겠지만 최신 로봇제어 기술을 적절히 활용하면 전문연주자에 근접하는 악기연주도 가능하다. 이미 일본에서는 미소녀를 닮은 로봇가수가 나와서 깜찍한 춤과 노래로 공연을 펼친 바 있다. 이번 행사에서 나에게 부여된 임무는 드럼연주로봇과 선문대 록밴드의 합동공연을 성사시키는 것. 국내 최초로 개발된 드럼연주로봇은 악보대로 정확한 박자로 드럼을 두드리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청중을 상대로 로봇이 록밴드 멤버와 호흡을 맞추면서 자연스러운 음악연주를 하려면 까다로운 튜닝이 필수다. 수백번을 반복해서 드럼로봇과 록밴드가 호흡을 맞추면서 과연 이게 제대로 될지 걱정도 많이 했다.

드디어 로보월드 개막식이 열렸고 선문대 록밴드 크랙과 드럼연주로봇은 멋진 축하공연을 펼쳤다. 솔직히 말하자면 연주자가 기계드럼의 박자에 맞춰서 라이브 음악을 펼친 셈이다. 참관객이 뜨거운 박수갈채로 반응한 것을 보면 첫 공연치고는 꽤 성공적이었다.

내친 김에 로봇의 드럼연주에 이어서 사람이 앉아서 드럼실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인간과 로봇의 드럼배틀이 벌어진 셈이다. 자연스러운 음악성이야 인간이 기계보다 훨씬 뛰어나지만 똑같은 연주를 반복하는 능력에선 당연히 로봇드러머가 앞선다.

이번 퍼포먼스로 로봇도 상당한 수준의 음악적 표현이 가능하며 공연현장에서의 실용적 가치를 입증했다고 판단한다. 그동안 정부는 지능형 로봇산업 육성을 위해 수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해왔다. 이제 로봇은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해주는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넘어 인간이 독점해온 예술 분야에서도 일정한 역할을 해낼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기계가 천재 연주자보다 뛰어난 음악을 만들지는 못하겠지만 평범한 사람을 즐겁게 할 정도의 연주 실력은 갖췄기 때문이다.

고경철 선문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kckoh@sunmo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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