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5일 집행이사회를 열어 선진국들의 보유지분 가운데 6%를 신흥국으로 이전키로 의결했다. 이로 인해 한국의 지분율은 1.8%로 높아져 전체 회원국 가운데 발언권 순위가 18위에서 16위로 2계단 상승하게 됐다. 중국은 6위에서 3위로 올라섰고 인도와 러시아, 브라질 등 이른바 브릭스(BRICs) 국가들이 모두 지분율 10위권 내로 진입한다.
이번 결정은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이 독식해온 기형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대폭 수술한 것으로 2차대전 직후 출범한 IMF의 65년 역사에서 최대의 금융 지배구조 개혁으로 평가된다.
이번 지분조정으로 중국과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 브릭스 국가의 지분 합계가 15%에 육박하기 때문에 일부 개도국의 지원 속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파워를 갖게 됐다.
과거 우리나라 외환위기 때 IMF는 구제금융의 대가로 `IMF 신탁통치`라 부를만큼 한국 정부에 고강도 긴축과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그랬던 우리나라가 IMF에서 지분올 확대하게 된 것은 의미가 크다.
특히 한국은 IMF의 지배구조 개혁에서 지분율 확대뿐만 아니라 많은 것을 얻었다. 올해 주요 20개국(G20)회의 의장국인 한국은 IMF 역사상 가장 포괄적이면서 획기적인 개혁안을 이끌어내는데 핵심 역할을 했다.
특히 IMF 내에서 신흥개도국의 발언권 및 대표권의 획기적인 증대가 한국이 신흥국에서는 처음으로 G20 정상회의 의장국을 맡을 때 이뤄진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IMF 지분확대에 이어 이번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한국이 협상력을 발휘해 글로벌 정치외교의 장에서 국격에 걸맞은 결실을 거두길 기대한다.
-
권상희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