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 LGD]중국 정부 마음 어떻게 움직였나

삼성전자 · LGD의 중국 LCD 팹 동반진출 성공은 철저한 현지화와 중국 정부를 겨냥한 맞춤형 전략 없이는 불가능했다. 세계 최고의 LCD 양산 경쟁력을 기본으로 중국 정부 및 업체를 향한 끈질긴 구애작전이 더해지면서 동반진출이라는 겹경사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특히 대만기업인 AUO, 일본기업인 샤프 등과의 경쟁에서 중앙정부가 국가 배려 차원에서 특정 국가 기업 모두 승인을 내주기 어려울 것이라는 상식을 깼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2월 윤종용 상임고문, 최지성 사장, 이재용 부사장(COO)을 비롯한 핵심 수뇌부가 중국 최고위급 지도자를 직접 면담할 정도로 중국 진출에 공을 들였다. 이 자리서 LCD 공장 승인과 관련한 논의가 오갔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면담 시기와 성격을 놓고 볼 때 LCD 공장 진출이 대화 주제에 올랐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박근희 중국삼성 사장도 이번 건에 대해 총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도 팹 승인 신청서 제출 직전, 중국 광둥성을 직접 방문해 왕양 광둥성 서기와 면담을 갖는 등 총력전을 펼쳤다. 또 주한 중국대사에게 장문의 편지를 보내는 등 LG디스플레이가 중국에 진출해야 하는 당위성에 대해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는 해외 LCD 업체 중 가장 먼저 중국 진출 전략을 구체화했다는 점과 앞선 기술력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정부 관료를 통한 적극적 설득 외에도 현지 업체들과의 긴밀한 스킨십도 동반진출 성공의 밑거름이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1위 TV 업체인 스카이워스를 합작사로 끌어들였다. 스카이워스는 LG디스플레이가 추진 중인 광저우 LCD 생산 합작법인 자본금의 10%를 투자키로 했다. 이번 지분투자는 중국 중앙정부의 팹 건설 승인을 전제로 한 것이지만 LG디스플레이와 스카이워스 간의 우호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에 앞서 지난 2008년에도 양사는 광저우 LGD 모듈공장 인근에 `광저우뉴비전디스플레이테크놀로지연구개발센터`를 공동 설립하기도 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삼성전자 · LG디스플레이가 세계 1, 2를 다투는 기업인 만큼 중국 중앙정부가 1, 2위 기업을 배제하고 다른 기업을 승인하는 것이 부담이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우리 정부의 노력도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정부는 기술유출과 국내 투자 축소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현지 진출이 필요하다고 판단, 지난해 12월 양사의 중국 진출건을 승인했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등도 중국 정부 측에 공식, 비공식적으로 국내 기업 중국 진출건에 대해 협조를 지속적으로 구해왔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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