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기업과 NGO의 파트너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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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의료구호 단체인 국경 없는 의사회(M〃decins Sans Fronti〃res, MSF)는 `스모크 점퍼(Smoke Jumpers)`, 즉 진압 기동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가장 신속하게 현장에 투입돼 맡은 임무를 완수하는 기동성 때문이다. 걸프전 때는 60대의 전세기가 동시에 현장에 도착해 7만 여명의 난민을 구조하기도 했다.

이러한 국경 없는 의사회의 조직력은 그들의 효과적 체제와 네트워크에서 나온다. 로지스틱, 활동관리, 파견, 커뮤니케이션 부분으로 역할 분담이 철저히 이뤄져 있고 전세계 20여 개국 사무소 간의 견고한 네트워크로 구호요청과 행동이 동시적으로 진행된다.

NGO도 하나의 조직으로 본다면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운영을 위해서 전문성과 조직력을 갖추는 것은 필수다. 인류의 고통을 치유하는 발걸음에도 기술과 지식이 더해진다면 더 많은 이들의 고통을 경감할 수 있다. 하지만 시민들의 지원으로 활동하는 이들에게 체계적인 조직화를 뒷받침할 만한 재원이나 인력은 넉넉하지 못하다.

1980년대 이전, 기업과 NGO는 극심한 대립 관계를 겪어왔다. 노동, 인권, 환경 분야에서 NGO는 기업활동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에 이들의 대립은 불가피한 것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부터 기업이 NGO를 적극 지원하기 시작했다. 지속 가능한 경영을 목표로 기업도 시민의식을 가지고 사회적 문제를 공유하는 것이 의무라는 인식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기업과 NGO의 공조와 상생은 이미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그 방법이 보다 장기적이고 복합적인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기업과 NGO의 파트너십을 다양화하기 위해선 재정이나 봉사인력 등의 기본적 지원보다 기업이 가진 정보, 프로세서, 서비스 등을 제공하여 NGO의 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보다 근원적인 방법이다.

영국의 자선단체인 솔라에이드(Solar Aid)는 최근 한 태양광 에너지 발전 회사로부터 발전시스템과 설치 및 기술 트레이닝을 전수받아 NGO 캠프 및 에너지 부족 지역에 이를 공급하고 있다. 이는 에너지 부족 지역에서 활동하는 NGO에게 자원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경비 절감도 얻을 수 있어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

또 인텔은 최근 한국 NGO의 싱크탱크인 희망제작소와 함께 아시아 NGO 이노베이션 서미트를 개최하고 아시아 지역 NGO들에게 IT 교육 및 네트워크 구축을 비롯한 다양한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15개의 아시아 지역 67명의 NGO가 참가해 아시아 지역에 산재해 있는, IT 장비와 기술교육이 부족한 NGO 간의 협력을 도와 조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법을 논의했다.

이런 기업의 소스는 NGO에게 자생력을 제공하여 조직을 효율적으로 유지하게 하고 긴급상황에 대한 대처도 빠르게 한다. NGO간의 긴밀한 네트워크 형성은 그들이 가진 도전과제를 함께 해결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앞으로 혁신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구호품과 봉사인력만으로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더미 아래의 아이를 살릴 수 없다. 구조를 위한 장비, 기술, 물류시설, 커뮤니케이션, 통신이 이뤄져야 구조대가 아이를 꺼내고 치료할 수 있다. 이는 NGO의 몫이 아니다. 기업의 역량이 NGO에게 필요하다.

이희성 인텔코리아 사장 hs.lee@int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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