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상생협력의 조건

대중소 상생협력이 다시 화두다.

이명박 대통령이 공정사회와 친서민 등을 강조하면서 산업계에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관계에서의 불공정거래 근절, 적정이윤 배분 시스템 구축 등의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사실 대중소상생협력은 지난 2004년께부터 제기됐던 이슈였다. 이 문제가 아직도 회자되는 걸 보면 그동안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이 잘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대중소 상생협력 시스템이 잘 가동되기 위해서는 한쪽(대기업)이 일방적으로 퍼주는 방식이 돼서는 안된다. 말로는 협력 부품업체 성장이 세트를 담당하는 대기업의 품질 경쟁력을 높여주고 새로운 상품 기획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하지만, 대기업들은 이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 이윤추구가 절대선(絶對善)인 기업 입장에서는 부품단가 현실화, 협력업체에 대한 기술 이전 등이 회사의 비용 요인이 될 뿐이다.

이 때문에 대기업이 상생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하기 위해서는 수요 대기업에 도움이 될 인센티브 정책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 이윤을 다른 쪽으로 이전하는 수준이 아니라, 협력을 통해 새로운 가치인 `플러스 알파`가 부가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조율이 중요한 것이다.

중소기업도 상생협력 수혜만을 기대할 것이 아니다. 양질의 협력 프로그램을 발굴하고, 대기업에게도 협력을 통해 우리가 어떤 이익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자꾸자꾸 제시해야 한다.

상생협력은 또 시스템보다는 마인드 개선이 더 중요하다. 일정한 협력 기준을 정하고, 법제화하는 것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최근 대기업이 하반기 고용인원 확대와 협력업체에 대한 효율적 성과 배분 등의 안을 경쟁적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이것이 진정한 마인드의 변화인지, 일시적인 `소나기` 피하기 운동의 일환인지는 현 시점에서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정부가 최근 대기업 총수를 직접 상생협력의 장에 끌어들이려는 것도 생색내기를 넘어 실질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말뿐이 아닌 상생협력을 위해서는 국가, 국민 차원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도 새롭게 정립하고, 최고 경영자의 새로운 인식전환도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마인드 개선을 통해 단순히 이익을 많이 내는 기업보다 사회적 책임에 충실한 기업, 협력문화를 갖춘 경영인을 존중하는 분위기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대중소 상생협력을 일시적 캠페인이 아니라 꾸준한 문화로 정착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일관성 있는 정책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대중소 상생을 강조하다가도 경제상황이 어려워지면, 협력보다는 대기업의 독주에 기대는 쪽으로 정책이 조용히 선회하는 일도 있었다. 상생 프로그램이 강조되다가 다른 큰 이슈가 터지면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일도 반복돼 왔다. 지속가능이라는 측면에서 상생협력 기반과 문화를 다져야 한다. 꾸준한 관심과 정책의 일관성도 중요한 덕목이 될 것이다.

반환점을 막 돈 MB정권은 상생협력을 주요 키워드 가운데 하나로 밀고 있다. 외형만의 성장보다는 전반적 국민 삶의 질 개선 차원에서도 상생은 중요하다.

이번에는 `정부의 압박과 대기업의 소극적 화답`이라는 기존 틀을 뛰어넘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승규 부품산전팀장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