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스마트그리드 산업의 지속적 발전과 시장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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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새로운 어젠다를 성공적으로 발제했다. 이는 21세기의 새로운 먹을거리 창출과 지속가능한 발전의 측면에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의의가 있다.

녹색성장과 관련된 산업은 그 범위가 워낙 넓어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기 힘들지만 우선적으로 눈에 띄는 산업은 2차전지 · 원자력 · 신재생에너지 · 스마트그리드 등이 있다.

스마트그리드와 기타 녹색 산업이 갖는 가장 큰 차이는 이들 기술을 요구하는 시장 특성에 있다. 예를 들어 2차전지 산업은 전기자동차의 수요시장,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전력판매량 가운데 신재생에너지 부문의 의무구입량 시장 등과 상당한 관계를 가진다.

하지만 스마트그리드 산업의 수요시장은 어디에 어떻게 존재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변은 쉽지 않은 것 같다. 이는 전력산업의 기본적인 특성과 복잡성에 기인한다.

무릇 새로운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과 시장의 역할이 상호 보완적으로 시너지를 발생할 때다. 즉 정부는 보조금 지급과 표준화 등을 통해 조기 시장창출 및 신규 기술개발에 따른 위험을 경감시켜줘야 하며, 시장참여자는 기술 및 서비스를 개발,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우위를 점해야 한다. 물론 이의 중심에는 최종 소비자의 구매에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스마트그리드 실증사업은 각국의 보조금을 통한 조기 시장창출과 기술의 우위 선점에 상당 목적을 두고 있다. 또한 검증된 기술과 서비스에 대해서는 전기 사업자들이 경쟁적으로 상업적 채택을 하고 있으며 이는 스마트미터와 수요반응 등에 집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제주실증사업과 현재 논의되고 있는 거점도시는 각기 시범사업 및 초기의 상업적 채택 등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제주실증사업의 경우, 정부 보조금과 기업의 분담금을 바탕으로 형성된 시장이다. 전력사업자나 소비자가 지불한 형태는 아니므로 지속적인 시장으로 보기 힘들다. 거점도시 모델을 시점으로 미래의 스마트그리드 시장 방향은 매우 모호하며 이로부터 스마트그리드 산업도 큰 장벽과 문제점에 직면할 수 있다.

송배전망의 지능화와 관련된 스마트그리드 산업은 한국전력의 예산과 규제요금 수준과 직접 연계될 것이며, 송배전망의 지능화에 따른 편익 수준에 따라 국내 시장의 수준이 결정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송배전망과 관련된 스마트그리드 산업의 미래가 그렇게 밝은 것은 아니며, 중전기업체를 중심으로 하는 기술개발사업자의 수출 동력화를 위해 일정 수준 의무적 시장의 창출은 필요하다.

가정 · 빌딩 · 산업체 등을 대상으로 하는 스마트그리드 산업의 경우도 유사하다. 즉, 스마트그리드 기술의 구입 주체와 지불 주체와 방식이 명확하고 경쟁적이어야 한다. 경쟁적 전력산업 구조를 가진 환경에서의 스마트 빌딩 사업의 경우 투자 주체는 판매사업자 · 빌딩소유주 · 수요반응사업자 · 기타 제3의 투자자 등 매우 다양할 수 있다. 이로부터 나타나는 수입은 다양한 요금제도에 바탕을 둔 전기요금 절감, 전력시장의 일부인 보조서비스 시장 수입, 용량시장 수입, 이산화탄소(CO₂) 편익, 기타 세액 보조와 정부 보조금 등과 같이 다양하고 투명한 제도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 전력판매독점, 시장가격과 분리된 경직된 요금구조, 전력시장과 탄소시장의 미성숙 등으로 인해 상당히 제한적인 사업 모델이 될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최종소비자 효율화 사업을 포함한 판매사업 경쟁체제 도입, 요금수준의 현실화 및 요금제도 다양성 보장, 전력시장 및 탄소시장의 선진화, 정부의 보조 정책 추진 등이 보완돼야 한다.

스마트그리드 산업 및 기술의 세계적 주도를 위해서는 적극적이고 경쟁적인 시장의 창출이 필수 요건이다.

박종배 건국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 jbaepark@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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