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시장이 세계 각국의 보조금 삭감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최근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세계 최대 태양광 시장을 보유한 국가들이 태양광 모듈 가격 하락에 따라 정부 보조금을 줄이어 삭감하기로 했다.
`세계 태양광의 절반`인 독일은 지난달 8일 의회 상원위원회에서 발전차액지원제도(FIT) 가격을 인하하는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과도기를 거쳐 오는 10월 1일부터 지붕형 태양광발전설비 보조금은 16%, 지상용은 15% 삭감하기로 했다.
이탈리아도 내년 1월부터 4개월마다 FIT 가격을 6%씩 내리고, 2012년과 2013년에는 매년 6%씩 삭감하겠다는 수정안을 발표했다. 스페인도 이달 초 FIT 가격을 최대 45% 삭감하기로 하고, 에너지규제위원회에 세부 시기와 삭감률에 대한 컨설팅을 의뢰해 놓았다.
그러나 지난해 세계 태양광 시장의 63%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3개국이 보조금을 삭감하기로 했음에도 태양광 업계는 오히려 느긋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각국 보조금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던 지난해까지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는 최근 내년 전 세계 태양광 시장 규모가 올해보다 42.7% 증가한 20.2GW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태양전지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이 삭감된 만큼 효율 향상이나 생산성 증대 등 기술 발전을 통한 가격 하락이 이를 메우고 있다”며 “태양광 시장 호황으로 수익성이 개선된 업체들이 기술 개발에 많이 투자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또 다른 태양전지 업계 관계자도 “독일이나 이보다 작은 이탈리아 시장이 줄어든다고 해도 중국이나 일본 · 체코 · 미국 등 신흥 태양광 시장이 성장하고 있어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보조금 삭감 속도보다 태양광 모듈 가격의 하락 속도가 더 빠르고, 시장이 유럽 중심에서 북미나 제3세계로 확대되면서 태양광 시장의 자립도가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보조금 삭감과 공급 과잉 현상이 맞물릴 경우 내년 시장의 성장이 제한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지영승 솔라앤에너지 이사는 “올해 태양광 모듈 제조 능력은 경쟁적인 설비 증설로 크게 늘어나는 반면에 내년 시장은 FIT 가격 삭감 영향으로 올해처럼 큰 폭으로 성장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공급 과잉 현상에 따른 원가 경쟁이 시작되면서 태양광 업체들은 한 차례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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