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포럼]한반도의 대륙물류 거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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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규/한국철도기술연구원장

얼마전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아시아 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UNESCAP) 국제전문가 회의를 개최했다.

`동북 및 중앙아시아 국제복합운송회랑의 운영`이라는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주제로 개최된 이 회의에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카자흐스탄, 키르키즈스탄, 몽골, 러시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UNESCAP 회원국 9개국 대표와 아시아 개발은행(ADB) 및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 전문가, 그리고 국제운송 관련 국내전문가들이 참석해 유라시아 교통연결의 미래 발전과 국제복합운송 향상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국제복합운송이란 화물을 한 국가의 출발지에서 다른 국가의 도착지까지 복합운송계약을 통해 도로, 철도, 해운, 항공 등 서로 다른 운송방식 중 두 종류 이상의 운송수단을 사용해 운송하는 것을 말한다. 이번 회의에서는 동북 및 중앙아시아 지역의 국제복합운송 회랑(回廊 · corridor), 쉽게 말하면 국제복합 운송경로를 연결하고 활성화하는 방안을 다루었다. 국제복합 운송경로 후보로 6개 경로가 제시되었는데 흥미로운 점은 6개 중 절반인 3개의 운송경로 시작점이 남북한을 포함한 한반도라는 사실이다. 이 3개의 운송경로에는 아시아 횡단철도(TAR)와 아시안 하이웨이(AH)가 각각 포함되어 있는데, 만일 북한 지역의 육로가 열린다면 지금이라도 부산에서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 각국까지 2주 내외로 화물 수송이 가능해진다.

북한은 초청대상국 중 유일하게 불참했지만 북한의 교통인프라 구축은 상생공영의 대북정책 및 평화번영의 한반도 장기비전에 부합하는 한편 남북협력과 다자협력이 가능한 사업으로 한반도의 대륙물류거점화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실감했다.

동북아에는 과거 경제 제2대국 이였던 일본과 앞으로 경제 제2대국이 될 중국이 위치해 있어 세계 경제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한반도는 이런 두 국가 사이에 위치해 있을 뿐만 아니라 북쪽으로는 자원부국인 러시아가, 그리고 동남쪽으로는 자원의 보고인 태평양이 펼쳐져 있다. 이러한 천혜의 지정학적인 조건 속에서 체계적인 전략을 잘 만들어 현명하게 대처할 경우 우리는 세계 경제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동북아에서 으뜸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으며 이는 곧 세계 강대국 중 하나로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 연변에서 개최된 한상투자박람회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참으로 감명 깊었던 것은 이 지역에 너무도 잘 보존된 우리의 전통과 문화가 고스란히 살아 숨쉬고 있다는 사실이다. 만약 북한만 개방이 된다면 지난 6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잘려 있던 허리가 연결됨은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우리의 경제 영토의 크기가 옛 고구려 시절로 되돌아갈 수 있겠구나 하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아시아 태평양 중심시대에 우리의 올바른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첫째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지역을 1일 생활권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 둘째 이 지역에 강대국들을 불러들여 한반도가 그들의 중요한 상생공영의 장이 되도록 하는 것이며, 셋째 장차 전개될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경제영토 내에서 무한한 경쟁과 발전을 하도록 모티브를 제공하는 일이다. 이를 위한 우리들의 행동과 실천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skchoi@kr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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