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자본주의 2.0

`잉여가치(Surplus Value)론`은 칼 마르크스의 자본주의론을 지탱하는 초석이다. 마르크스는 잉여가치를 `노동자가 생산하는 생산물의 가치와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임금과의 차액`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유물사관을 통해 한 상품의 가치, 즉 가격은 투입된 노동의 양에 따라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이 이론대로라면 노동자는 상품의 가치생산에 기여한 만큼 보수를 받으며 따라서 상품의 가격은 노동자의 보수와 일치해야 한다.

그러나 상품의 판매가격은 단순히 노동자에게 분배되지 않는다고 마르크스는 지적한다. 자본가가 이윤을 가로채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생산을 위해 자본가들은 공장, 기계와 같은 불변자본을 제공하고 노동자와 같은 가변자본을 고용한다.

생산이 시작되면 자본가는 최종 생산품의 가치가 투입된 불변자본과 가변자본의 합을 초과하도록 총력을 기울인다. 이 초과가치, 즉 이윤은 노동자에게 기여도보다 적은 생계임금만 지급한 결과다. 자본가가 이처럼 노동자에게 수탈한 가치량을 마르크스는 잉여가치라 불렀다.

결국 자본가들은 가치를 스스로 창조하지 않으며 잉여가치를 수탈할 뿐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마르크스가 간과한 것이 있다. 바로 자본가, 즉 기업가의 상상력, 독창성, 경영능력, 모험정신 등이다. 마르크스는 유물론적 원인만이 모든 사회현상의 원천이라며 관념의 힘을 지나치게 경시하는 오류를 범했다.

고전학파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셜은 자본가의 `위험감수`와 `기다림`이 사회에 더하는 가치는 노동자들이 노동을 통해 창조하는 가치에 못지 않다고 주장했다. 자본가는 투자를 함으로써 목전의 쾌락을 포기한다. 이윤이란 위험을 감수하고 욕망을 지연시키며 참을성 있게 기다린 데 대한 보상이다. 따라서 이윤은 정당할 뿐만 아니라 사회발전에 있어 필수적이다.

특히 무형의 요인은 기업 간이나 국가 간 경쟁에서 결정적 승부수로 작용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마르크스의 유물사관은 이윤 증대에 있어 절대적으로 필요한 지식이나 경영법과 같은 창조자본을 간과했다.

예를 들면 아이폰이 인기를 얻는 이유는 잉여가치론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아이폰이 가진 가치는 거기에 투입된 부품량이나 노동력이 아닌 세련된 디자인이나 유저인터페이스, 상생 생태계 조성 등 지극히 관념적인 것에서 비롯했다. 즉 혁신적인 제품은 새로운 자원이나 새로운 형태의 노동착취에 의한 것이 아니다.

이제 자본주의는 부동산, 자본, 노동 등의 전통적인 자원이 급격히 힘을 잃어 가는 반면 지식 등 소프트한 자원이 핵심이 되는 지식경제의 시대로 가고 있다. 지식의 창조 없이 부동산과 자본에만 매달렸던 기업이 줄줄이 도산의 길을 걷고 있는 미국 금융위기가 바로 대표적인 사례다.

이 같은 환경은 기업에게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원자재 비용절감이나 임금삭감 등을 통해 기업을 유지하는 시대는 지났다. 지식 등 창조자본을 확충해 회사를 키워야 한다.

이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에도 적용할 수 있다. 대기업은 착취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중소기업 고혈짜기가 아닌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아이디어로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과장해서 말하면 지식 등 창조자본은 자본주의의 잉여가치 창조 구조를 바꾸어 자본주의와 기업의 붕괴를 막는 수단으로 부상했다.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이윤을 창출하는 자본주의 2.0이 필요한 때다.

권상희 경제과학팀장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