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포럼]스마트폰과 디지털 전환, 그 상상력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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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전을 통한 유토피아적 사회의 건설, 이것은 우리 시대만의 상상이 아니다. 18세기 프랑스의 생시몽(Saint-Simon)은 네트워크를 인간의 몸에 피를 순환시키는 혈관에 비유하였다. 그는 ‘피’가 잘 순환되도록 네트워크를 건설함으로써 유토피아적인 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후학들이 실제로 그가 상상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프랑스 전역에 도로와 통신망을 건설했다. 20세기에는 사이버네틱스로 유명한 미국의 위너(Wiener)라는 과학자가 유사한 이론을 펼쳤다. 그는 사회를 무질서로부터 구하는 방법은 정보의 자유로운 순환에 있다고 보고 정보 네트워크 건설의 필요성을 주장하였다. 이후 후학들은 컴퓨터와 인터넷을 발전시켰다. 정보망을 통한 유토피아적 사회 건설은 1990년대 중반 세계 선진국의 미래성장정책의 대상이 되었다.

기술을 매우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것이고 상상은 추상적이고 비합리적인 것으로 구분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로 기술혁신의 역사를 보면 기술과 상상은 별개의 것이 아니다. 기술의 발명은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비행기의 발명 이전에는 하늘을 나는 집단적 상상이 있었고 이것을 현실화하기 위해 수많은 시도가 있었다. 새로운 기술이 발명되면 이 기술은 다시 새로운 가능성, 즉 새로운 상상의 세계를 열어준다.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역사를 보면 유비쿼터스적 상상력은 인간이 시공간의 제약으로부터 해방시키는 많은 기술로 이어졌다. 물론 반드시 새롭고 혁신적인 기술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가에 따라 어떤 기술은 채택되어 확산될 수 있고 어떤 기술은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질 수도 있다. 그리고 집단적 상상은 이러한 사회의 요청을 반영한다.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커뮤니케이션 기술혁신의 태풍이 불고 있고 한국도 그 소용돌이 한 가운데에 있다. 그런데 최근 여러 기술혁신에서 스마트폰과 디지털 전환이 상당히 대조적이다. 스마트폰의 출시는 언론을 열광시켰다.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에서 혁신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작은 모바일 기기 하나로 이렇게 수많은 일들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스마트폰은 유비쿼터스적 상상의 결정판이자 새로운 상상의 원천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스마트폰과 사회의 변화에 대한 상상이 언론 보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반면 지상파 방송에서 디지털 시대를 여는 지상파 디지털 전환에 대해서 유토피아적 상상은 찾아보기 힘들다. 사실 지상파 디지털 전환은 단순하게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신호로 바뀌는 차원을 넘어 방송 시장의 구조적 변화, 시청자 복지, 콘텐츠 제작 활성화, 디지털 기기 제조업의 성장 등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기술혁신이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 추진되는 지상파 디지털 전환은 단순히 신호 전환을 통한 화질 개선에 머무는 기술혁신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 배경에는 기술적이라기보다는 복잡한 정치경제적 상황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상파는 공익 매체로 정부가 변화를 주도하는 만큼 그 수혜자가 모든 국민이라는 점에서 혁신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디지털화는 단순한 신호 전환이 아니라 다양한 유토피아적 상상을 현실화 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원 한국콘텐츠진흥원 정책연구팀 책임연구원 wonkr@kocc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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