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포럼] 월드컵의 눈물과 남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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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규 사진

 남아공 월드컵이 한창이다. 우리 국가대표팀은 8강 대열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16강의 위업을 이루면서 우리 모두에게 많은 감동을 주었다. 월드컵의 많은 사건 중에서 유달리 기억에 계속 남는 것은 눈물이다. 차두리, 정대세 두 선수가 흘린 눈물로 지금도 내 가슴이 뭉클하다. 한 사람은 남한의 대표로, 한 사람은 북한의 대표로 세계 앞에 서서 최선을 다했다. 두 청년 국가대표선수의 진한 눈물과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있었던 북한축구 대표선수들을 보면서 남북의 지금 현실이 더 깊은 안타까움으로 다가온다.

 지금 남북한은 천안함 사건 이후 세계를 향한 치열한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사실을 사실대로 인정해야 하는데 그것을 인정하지 않아 소모적인 일이 계속되고 있다.

 눈물의 두 선수는 그들의 최선을 다했다. 이로 인해 나라도, 자신도 기쁨과 영광이 되었지만, 지금의 남북한은 과연 그런가. 북한에 많은 기대를 하지 않는다. 자기들의 정권 유지에 초점을 맞췄기에, 어쩌면 그들은 늘 기대 밖이었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러나 남한은 달라야 한다. 북한의 지도층을 부끄럽게 만들만한 진정어린 최선을 다할 때 우리의 미래에 기쁨과 영광이 있을 것이다.

 눈물의 두 선수는 최고의 기량을 갖췄다. 폭풍 드리블로 무서운 돌파력을 자랑하는 차 선수, 발군의 공격력으로 북한을 이끈 정 선수. 모두 유럽 축구계에서 충분히 주목받을 만하다. 이들이 함께 한다면 하는 생각에 이를 때 남과 북이 함께 한다면 세계 속에서 얼마나 놀라운 저력을 보여 줄지 기대를 하게 된다.

 눈물의 두 선수는 세계 속에서 당당했다. 최강의 팀을 상대로 기량이 좀 부족했지만 결코 주눅들지 않았다. 한반도 영향력을 증대시키려는 중국에 북한은 지난 5월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 방문중 ‘전략적 소통 강화’를 내세웠지만 이는 내정 수준의 압박이나 다름없다. 남한 또한 전시작전통제권 이양을 연기하는 선택을 했다. 동맹도 좋고, 친선협조도 필요하지만 대치국면의 남북이 또 다른 나라에 의지해야 하는 형국이 답답할 뿐이다.

 그나마 눈물의 두 선수에겐 보다 나은 미래가 있다. 하지만 앞날을 기대하기 어려운 한반도는 짙은 구름으로 뒤덮여 있다. 눈물의 두 선수는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했다. 그러나 남과 북의 현상황은 기쁨이 아니라 불안을, 대화보다는 대결만 강조되어 불행의 싹을 키우지 않을지 우려되고 있다. 남과 북으로 나뉜 이 땅에서 전쟁 같은 지난날의 아픔을 다시는 만들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북한을 이해하고, 북한을 조사연구하는 기능까지 막아 대북 정책을 제시할 기능까지 고사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함께할 수 있는 길은 가능한 열려 있어야 한다.

 언젠가 남과 북이 한 무대에서 하나가 돼 축구는 물론이고 모든 영역에서 세계인에 각인시키는 시간이 올 것이다. 그날을 기대하며, 그 날이 지체되는 안타까운 현실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통일을 염원하는 남과 북의 지도자들을 그려본다.

 최현규 KISTI 정보서비스실장 hkchoi@kist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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