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회에 가서 동기를 선생님으로 착각하고, 단체 사진 찍고 나서 내 얼굴을 못 찾을 정도로 늙은 얼굴이 낯설다. 밤새 베개에 눌린 자국이 두어 시간 뒤까지도 뺨에 남아있고, 처진 눈시울과 입주위의 주름에서 아버지의 모습이 연상된다. 인생 금방이다. 삶이 무엇인지를 깨닫기 전에 훌쩍 나이를 먹어버렸다. 피부의 탄력이 줄어드는 만큼 통장 잔고라도 늘어야 할 텐데 해 놓은 것 없이 나이만 먹는다. 성대한 은퇴식은 고사하고 초라한 뒷방 늙은이 취급을 받을까 염려스럽다. 죽는 건 두렵지 않은데 늙는 건 서럽다.
10년 젊어 보이려고 입은 옷이 절박해 보이기만 할 수도 있다.
자신의 나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채 늙어가는 것이 진정 초라한 것이다. 회한에 사무친들 되돌아 갈 수도 없지만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서 그 힘든과정을 되풀이해 이곳으로 오는 것도 하고싶지 않다. 지금 이 지점에서 내가 가진 것을 충분히 누리자. 노년을 돋보이게 하는것은 실력이 아니라 인품이다. 나이가 들면 좋은점은 유유자적해지고 관대해진다. 서두르거나 안달하지 않고 느긋하고 자연스레 일이 되어가는 대로 행동한다. 웬만큼 마음 상하거나 언짢은 일은 못 본듯이 덮어둔다. 외모가 늙었다고 서러워 하지 말고 인품이 나잇값을 하는지 되돌아보자. 외모로 잃은 경쟁력을 인품으로 되찾고 체력으로는 밀리지만 마음력으로는 젊은 사람들을 이길 수 있다. 뜨는 해가 있으면 지는 해가 있는 것처럼 늙음도 우리 인생의 한 부분이다. 열정은 다시 젊어지면 오는것이 아니라 지금 이 나이를 보는 시각을 바꿀 때 온다. 늙는게 문제가 아니라 늙었다고 생각하는게 문제다. 늙는 건 두려워하면서 미성숙은 두려워하지 않는 게 문제다. 감옥이 주는 가장 큰 형벌은 미래가 없다고 세뇌하는 것이란다. 늙어서 받는 가장 큰 고문도 목표나 계획 없이 시간을 죽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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