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송영길과 경제자유구역

 논어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초나라에 섭공이라는 정치가가 있었다. 백성들이 날마다 다른나라로 떠나 인구와 세수가 줄어 걱정이 태산 같았다. 당대의 선생인 공자를 불러 해법을 구했다. 공자는 딱 여섯 글자를 제시했다. 近者說遠者來(근자열원자래).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이 찾아온다는 뜻이다. 외자유치 부진 비난을 받는 인천경제자유구역(IFEZ)에 대한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의 해법이기도 하다. 며칠 전 그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LG가 가니 필립스도 따라갔다”며 IFEZ 발전 해법으로 이 말을 내세웠다. 국내 대기업을 IFEZ에 끌어들여 외국 글로벌기업도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IFEZ가 과연 국내 대기업이 들어올 만큼 매력적이냐다. 정부가 지난 2003년 처음 지정한 경제자유구역은 여러 면세 혜택이 있다. 법인세를 비롯해 소득세·취득세·재산세를 3년간 100% 면제받는다. 외투기업일 때만 그렇다. 국내 대기업은 해당되지 않는다. 세금만 놓고 보면 국내 대기업이 IFEZ에 들어갈 이유가 없는 것이다. 땅값은 어떤가. IFEZ의 대표주자인 송도의 조성원가는 3.3㎡당 170만원 정도다. 세종시와 비교하면 두세 배 높다. 고급 인력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주변에 몇몇 대학이 있지만 한계가 있다. 서울과 1시간여 거리지만 젊은이들은 멀다며 근무를 꺼린다. 비즈니스 인프라는 지금이야 어느 정도 갖춰졌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송도는 허허벌판이었다. 순전히 사업의 눈으로만 보면 국내 대기업이 IFEZ에 들어갈 이유가 별로 없다. 더구나 지금은 모든 지자체가 저마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대기업 유치에 사력을 다한다. 지난 선거기간 중 송 당선자는 “인천을 세계 3대 경제자유구역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가능한 목표일까. 기자가 보기에 거의 불가능하다. 세계 경제자유구역 순위에서 1∼4위를 차지한 싱가포르, 홍콩, 푸둥, 두바이의 역사가 짧게는 수십년에서 길게 백년이 넘는다.

  IFEZ는 이제 7년 밖에 안 됐다. 4년 안에 이들과 버금가는 경제자유구역을 만들겠다는 것은 너무 무리한 목표다. IFEZ 발전을 위해 당장 그가 할 일은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지금 IFEZ에 너무 많은 프로젝트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다. 버릴 건 과감히 버리고 될 것에 집중해야 한다. 새출발하는 지금이 그러기엔 딱 좋은 시기다. 외자유치에 너무 목맬 필요도 없다. IFEZ 출범 당시와 지금의 시대 화두가 다르다. 당시엔 외자가 절실했지만 지금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더 급하다. 송도 등에 적합한 고부가 산업과 기업 유치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

  닷새 후에 그는 시장에 취임한다. 인천을 세계 3대 경제자유구역으로 만들기 위한 행보를 마침내 시작한다. IFEZ는 꼭 성공해야 한다. 이는 곧 대한민국의 성공이기도 하다. 그에겐 인천을 넘어선 큰 꿈을 갖고 있다. IFEZ가 성공하지 않으면 그의 큰 꿈도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방은주/경인취재팀장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