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검은 황금’이라고 하면 흔히 원유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아프리카에서 원유 못지않게 중요한 검은 황금은 커피다. 커피의 원산지는 에티오피아다. 특히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약 65%를 차지하고 있는 ‘아라비카 커피’는 에티오피아 제1의 수출품이다.
커피에는 아프리카 노동자의 땀과 눈물이 섞여있다. 실제 2006년 당시 에티오피아 커피 노동자 1500만 명의 하루 평균 임금은 1달러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자국산 커피의 브랜드화를 추진했다. 에티오피아산 고급 커피에 대해 전 세계 30여 개국에 ‘시다모(Sidamo)’, ‘하라르(Harrar)’, ‘이르가체페(Irgacheffe)` 등 생산지명을 딴 상표를 등록한 것이다. 스타벅스도 에티오피아의 상표권을 인정하고 2007년 ‘에티오피아 선드라이드 시다모’라는 이름의 고급커피를 출시했다.
그 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에티오피아는 자국 커피의 브랜드화를 통해 상품 가치를 높일 수 있었다. 이는 커피 농가의 소득 증대로 연결됐다. 커피 애호가들은 아라비카 커피 하면 에티오피아 ‘시다모’ 를 떠올린다.
개발도상국의 상품들 중에는 품질이 좋은데도 브랜드가 없어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에티오피아 사례는 브랜드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좋은 브랜드를 개발해 개도국 상품의 가치를 높인다면 가난에 허덕이는 나라의 소득을 높이는데 이바지할 수 있고, 더불어 사는 인류 공동체 구현에도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허청은 2008년 한국 YMCA가 수입·판매하는 동티모르의 ‘공정무역’ 커피에 대해 브랜드를 개발해줬다. 그 이후 커피의 매출액이 2배로 늘어났다. 또한 ‘굿네이버스’와 공동으로 ‘아프리카의 죽은 심장’이라 불리는 차드(Chad)에 말린 망고 생산기술과 브랜드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망고 생산량이 풍부한데도 가공시설과 브랜드가 없어 소득을 제대로 올릴 수 없었던 차드의 망고 생산 농가들에게 특허청의 지원은 단비와 같은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특허청과 ‘아시아 태평양 경제공동체(APEC)’가 함께 손을 잡고 가난한 나라의 상품에 대한 브랜드 개발을 돕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브랜드 개발 역량을 활용해 아태지역의 이웃 나라들을 도와주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현물을 제공하는 공적개발원조(ODA)와는 또 다른,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와줄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지원이다.
이와 관련, 특허청은 APEC과 공동으로 브랜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그 활용을 증진하고자 이달 23일부터 25일까지 서울에서 ‘APEC 1촌 1브랜드 국제세미나’를 열고 있다. 이 세미나에는 APEC 21개 회원국의 정부대표와 비정부기구(NGO), 생산자 대표 등이 참석해 브랜드 개발에 관한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나누게 된다. 이번 세미나는 우리나라가 OECD 개발원조위원회에 가입해 세계 최초로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변신한 시점에 발맞춰 국제원조에 관한 새로운 시사점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지구촌의 한 구성원으로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경험을 활용해 가난한 나라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인류애를 구현하는 보람이자 행복이다. 앞으로 브랜드 전략을 더 많은 개도국에 전파해 더불어 잘 사는 지구촌 사회건설에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 가난한 이웃나라 어린아이들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크게 들리기를 기대해 본다.
안재현 특허청 대외협력고객지원국장(ahnn@kipo.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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