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자조립기(molecular machine)’라는 것이 있다. 미래에 나올 핵심 발명품 중 하나다. 만일 이것이 현실화한다면 200년 전 영국에서 일어났던 산업혁명보다 훨씬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일부 과학자들은 주장한다.
사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은 주로 ‘경제발전 도구’로 인식되어 왔으며, 기초·원천 과학기술에 대한 연구보다 생산기술이나 응용기술 등을 중심으로 발전되어 왔다. 과학기술에 대한 이러한 편향적 이해가 일정 정도 경제발전에 도움이 된 것이 사실이지만, 일상생활에서 과학기술의 원리를 이해하고 향유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분자조립기와 같은 아이디어는 평상의 삶 속에서 과학기술에 친근감 있게 접근할 때만 떠오를 수 있고 실현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정부는 과학 마인드 확산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의 역할이다. 지자체도 민간과 연계해 생활과학교실을 운영하는 등 풀뿌리 과학기술 문화 확산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반월·시화공단 배후도시로 조성된 안산의 경우 그 특성으로 인해 중·고등학교 발명동아리나 대학 창업동아리에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산업박물관을 건립하거나 과학기술축제를 추진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안산은 경기테크노파크를 중심으로 한양대, 국책연구기관, 대기업 연구소, 벤처기업 등이 세계적 수준의 혁신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고 3700여명에 달하는 연구인력이 활발한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과학기술축제를 개최하는 것은 안산의 다른 어떤 축제보다 의미가 있고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아울러 인근 반월·시화공단의 중소기업 임직원과 함께 시민·학생이 축제에 참가해 첨단 과학기술을 관람하고 직접 체험하는 기회를 갖는다면 과학기술인력의 저변확대는 자연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또 궁극적으로 과학기술축제는 첨단산업도시로서의 안산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김재덕 경기테크노파크 기술개발지원팀장 jeung7729@gtp.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