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말로 산업은행 위탁경영을 끝낸 정책금융공사가 보유 기업 매각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인수 후 거액의 투자가 필요한 상황을 고려해 인수자가 원하면 크레딧라인(한도 내에서 원할 때마다 꺼내 쓸 수 있는 대출)을 제공하기로 했고, 현대건설은 산업은행의 대우건설 인수가 마무리되는 대로 매각작업을 시작해 9~10월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한 뒤 늦어도 내년 초에 매각을 완료하겠다는 구체적인 일정을 마련했다.
KAI(한국우주항공산업)는 싱가포르 정부와 협상 중인 고등훈련기 T-50 도입 결과에 따라 민영화 방안 마련을 고려할 계획이다.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7일 매일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하면서 이 같은 내용의 보유기업 매각 방침을 공개했다.
그는 우선 하이닉스 매각과 관련해 "삼성전자가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는 등 반도체 업계가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며 "빨리 인수 주체가 나타나 책임경영을 해야 하이닉스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만큼 가능한 지원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 사장은 이어 "인수 가능 주체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인수 후 필요한 대규모 투자"라며 "인수 주체가 원하면 크레딧라인을 제공해 투자 부담을 줄여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책금융공사는 원활한 매각을 위해 최근 채권단에 "연말까지 최소 15% 지분을 유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15% 정도면 경영권 행사가 가능한 수준이다. 유 사장은 "채권단이 계속 블록세일을 하면 원활한 매각이 어렵다"며 "채권단이 어느 정도 수긍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책금융공사는 하이닉스 매각 시한을 연말까지로 잡고, 그래도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PEF(사모펀드) 구성을 통한 인수나 국민기업으로 전환 등을 고려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이달 중 매각작업을 시작해 9~10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내년 초 매각작업 완료라는 구체적인 일정을 세워둔 상태다.
유 사장은 "유력 인수 후보였던 현대그룹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건설경기가 좋지 않아 매각 시기가 좋지 않다는 지적이 있지만 이보다는 기업이 책임경영 체제를 갖출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선"이라며 "상황 변화에 연연하지 않고 일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KAI에 대해서는 싱가포르와 협의 중인 T-50 고등훈련기 입찰 결과에 따라 민영화 방안 마련을 고려할 계획이다.
유 사장이 보유 기업 매각에 속도를 내는 것은 지난달 말로 산업은행 위탁 경영이 종료되면서 이달부터 본격적인 독자경영 체제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정책금융공사는 지난해 말 산업은행에서 분리 출범한 후 일부 관리업무를 산업은행에 위탁해 왔다.
유 사장은 "인력을 필요 최소 수준으로 확충했고 조직 등 회사 운영활동도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며 "본격적으로 업무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책금융공사는 이달 중으로 새로운 비전을 발표할 계획이다. 유 사장은 "신설 기관인 만큼 처음에 방향을 잘 잡아 기초를 다져야 한다"며 "여러 업무에 속도를 내 확실한 성과물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매일경제 김태근 기자 / 박유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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