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LEDㆍ3D TV를 들고 세계 TV산업계 심장부로 불리는 일본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샤프 소니 등 일본 업체 아성에 눌려 일본시장에서 2008년 철수한 지 2년 만이다. 일본 TV시장은 까다로운 소비자와 자국 제품에 대한 높은 충성도 등으로 한국 업체가 뿌리 내리기 힘들었으나 LG전자는 그동안 품질과 브랜드 인지도를 충분히 끌어올렸다는 판단 아래 올해 안에 일본 B2C(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한 거래) 시장에 고급형 TV제품을 선보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LG전자가 LED TV를 비롯한 주력 제품을 올해 안에 일본시장에 다시 투입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하고 현재 가전양판점 등 판매업체와 협상 중이라고 9일 보도했다.
LG전자는 일본 B2B(기업 간 거래) TV시장에서는 사업을 벌이고 있으나 B2C 시장에서는 2008년 철수했다. 당시 B2C 시장에 중소형 LCD TV 등을 내놓고 일본시장을 공략했지만 브랜드 파워와 채산성 문제로 철수한 바 있다.
LG전자가 2년여 만에 일본 TV시장 공략을 다시 노리는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자사 제품 경쟁력과 브랜드 인지도가 많이 높아졌기 때문에 승부를 해볼 상황이 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LG전자 일본법인 관계자는 "최근 일본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급속도로 상승하면서 TV사업 재진출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LG전자 관계자는 "일본 TV시장에서 B2B 사업은 일부 진행해 왔다"며 "이번에는 B2C 사업에 대한 시장성과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가 일본 TV시장을 다시 공략하기로 최종 결정하면 LED TV와 3D TV 등 고급형 제품을 주로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제품에 대한 일본 소비자 취향을 감안할 때 저가형 제품으로는 시선을 끌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최근 한국 전자업체들이 LED TV, 3D TV 등 고급형 제품에서 일본 기업들을 제치고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점도 이런 전망을 가능케 한다.
2004~2005년께만 해도 일본 가전업체들은 전 세계 TV시장을 휩쓸었다. 특히 소니는 LCD TV, 파나소닉은 PDP TV에서 시장을 주도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일본시장은 세계 TV산업계 심장부로 불리며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 업체들이 좀처럼 뚫고 들어가기 어려운 곳으로 여겨졌다.
2006년 이후 한국 업체들이 추격을 시작하면서 지금은 세계시장 주도권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잡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평판(LCDㆍLEDㆍPDP) TV 판매량을 기준으로 세계시장 점유율 1ㆍ2위는 삼성전자(19.5%)와 LG전자(12.2%)가 차지했고 소니는 3위에 그쳤다. 특히 LG전자는 지난해 소니를 3위로 밀어내고 세계시장 2위로 등극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글로벌 시장 변화에도 불구하고 일본시장은 자국 업체들이 굳건히 지키고 있다. 지난해 평판TV 판매량 기준으로 일본시장 점유율 1~5위는 샤프ㆍ파나소닉ㆍ도시바ㆍ소니ㆍ히타치가 차지하고 타국 업체는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일본 TV시장에서 B2B 거래만 하고 있으며 B2C 사업은 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일본시장 분위기에 대해 가전업계에서는 일본 소비자들이 자국 TV에 대해 강한 자부심과 브랜드 충성심을 갖고 있는 점 등을 이유로 꼽는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한국 기업들이 단순히 판매량만 선도하는 게 아니라 3D TV를 비롯한 고급 제품도 주도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LG전자 관계자는 "요즘은 프리미엄 TV에서 일본 기업들이 한국 업체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분야에서 시장을 공략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LG전자는 현재 일본에서 컴퓨터용 LCD 모니터나 세탁기 등 일부 가전과 휴대전화를 판매하고 있다.
[매일경제 도쿄 = 채수환 특파원/서울 =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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