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에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월드컵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형 백화점은 물론 대기업들이 직영하는 전자전문 매장의 TV판매량은 예년 수준을 밑돌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5월 반등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4월 한달 간 가전 전문점 대형평판TV 판매는 전년동기대비 60∼70% 수준에 머물렀다. 경기 침체기였던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영상가전 매출은 30% 포인트 가량 감소한 것이다. 월드컵 특수가 무색할 정도다. 에어컨 예약 판매 성적은 이 보다 더 심각하다. 주택경기 침체와 이상 저온 영향으로 에어컨 예약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0% 수준이다.
중·상류층 역시 지갑을 닫았다. 4월 중 국내 모 백화점에서 판매된 삼성전자와 LG전자 가전제품 판매량은 각각 전년동기대비 10% 이상 줄었다. 백화점 뿐 아니라 할인점, 대형전자 전문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이사수요가 줄어 가전제품 교체수요가 발생하지 않는 것 같다”며 “특히 에어컨 시장은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천안함 사건으로 불안심리가 확산된 데다 가전 매장을 찾는 내방 고객수가 많이 줄었다는 게 매장 직원들의 설명이다. 여기에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가 과거처럼 TV부터 냉장고, 세탁기까지 일괄구매하지 않으면서 ‘혼수 특수’도 실종됐다.
용산전자상가는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썰렁한 분위기다. 용산전자상가 내 Y전자 관계자는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가전 시장이 영향을 받고 있다”며 “신도시와 보금자리주택 입주시점이 돼야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전제품 유통가에서는 4월을 ‘죽음의 달’로 기억하면서 5월 수요반등에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디지털프라자 관계자는 “소비자의 3D TV 반응은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월드컵을 앞둔)5월 말∼ 6월 초에 LCD TV 등 대형평판TV 판매가 정점에 달할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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