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e스포츠 산업은 1990년 중후반부터 국내 최초 스타크래프트 세계 챔피언의 탄생과 PC방, 초고속 인터넷 등 온라인 게임 인프라의 확충에 힘입어 급속도로 발전했다. 온게임넷(2000)과 MBC게임(2001) 등 게임채널의 출범으로 본격적인 ‘게임관전’의 시대가 열렸고, e스포츠의 상업적 가치도 크게 증대됐다. 2003년 이후 KTF, SK텔레콤, 팬택&큐리텔,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이 e스포츠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면서 기업 스폰서 기반의 프로구단들이 하나 둘 창단됐다. 2006년 이후 프로게임단 창단이 이어지며 12개 구단 체제가 완성됐고, 국제e스포츠 심포지엄, 국제e스포츠연맹 창설 등 국제적 성격의 e스포츠 이벤트들도 생겨나 한국e스포츠는 절정의 인기를 맞이했다.
해외의 e스포츠 시장 역시 역동적이다. 미국에서는 방송 및 후원사 중심의 대회가 발달돼 있으며, 브라질에서는 기존 축구협회 등과 연계해 e스포츠 협회를 구성, e스포츠 발전을 위한 활동 중이다. 유럽의 e스포츠 시장은 게이머 중심의 커뮤니티가 발달함과 동시에 2005년 이후 민간 협단체 설립이 증가하면서 독일, 오스트리아, 벨기에, 덴마크, 스위스 등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다. 이미 WCG 유로챔피언십, ESWC, ESL 등 EU회원국 중심으로 국제 대회가 발전하고 있으며, 독일처럼 CeBIT 등 국제 전시회와 연계해 활동하고 있는 국가도 있다. 한국이 중심인 아시아에서는 중국이 e스포츠를 정식스포츠 종목으로 채택했고 일본, 베트남, 대만 등이 한국을 벤치마킹해 e스포츠 시장을 키워가고 있다.
세계 e스포츠 시장의 발전은 국제e스포츠연맹의 탄생을 가져왔다. 국제e스포츠연맹은 아시아, 유럽, 미주 등의 대륙을 기반으로 한 회원국 확대에 나서는 한편 e스포츠 관련 해당국 유일의 정부승인 e스포츠협단체로 회원을 구성함으로써 그 기반을 탄탄히 다져나갈 것이다. 현재 15개국인 회원국의 수를 2013년까지 45개국 이상으로 확대해 IOC와 같은 국제 스포츠 기구로 자리잡아 갈 것이다. 또한 e스포츠 국제 표준화를 통해 국제e스포츠 통합 및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e스포츠 국제 표준화는 심판·선수·경기·인증·종목의 국제 표준안을 수립해 회원국과의 공유하고, 산하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할 예정이다. 국제 표준화 기반의 세계e스포츠대회를 ‘e스포츠 올림픽’과 같이 전세계 e스포츠인들을 위한 축제의 장으로 발전시킬 것이며, 현존하는 국제e스포츠대회와의 협력에도 게을리하지 않을 작정이다.
혹자는 현재 상황을 e스포츠시장이 침체기 또는 위기라 진단하지만 전세계 시장을 놓고 보면 결코 맞는 말은 아니다. 아시아만 하더라도 말레이지아, 인도네시아, 유럽은 노르웨이, 포루투갈, 아프리카는 남아공, 나미비아, 남미의 브라질 등은 이제 막 e스포츠를 정부 인정의 제도권 놀이문화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들 나라에게는 우리가 먼저 겪었던 성공이나 실패담이 아주 귀중한 자료가 되고, 갈 곳 잃은 우리의 기술과 역량이 잘 활용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작년 5월 연맹 사무총장으로 부임 후 필자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 중 하나가 국제표준화다. 우리의 핵심역량이며, 해외시장개척의 첨병이며, 궁극적으로 한국 주도의 e스포츠세상을 만들기 위해 가장 많은 공을 들여야 할 곳으로 생각한다. 세계대회도, 회원국유치도 모두 이 기초 하에서 성장해야 한다. 그래야 흔들림 없는 지속성장이 가능하다.
오원석 국제e스포츠연맹 사무총장 noha@ie-sf.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