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들어 부쩍 이용 사례가 늘고 있는 기술자료임치제도는 중소기업은 물론 정부와 공공기관, 대기업에서도 여러 목적으로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이는 기술임치제도가 중소기업에게는 기술보호를 위한 일종의 보험 성격이 짙지만, 상대기관인 공공기관과 대기업에게는 납품 중소기업의 부도나 폐업, 파산 등으로 인한 불안감을 덜어줄 수 있는 안전 장치 역할을 해 주기 때문이다.
주요 기관별 활용 사례를 살펴본다.
의료용 영상 솔루션 개발 전문업체인 인피니트헬스케어는 국내 중소기업 중 기술임치제도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경우다. 이미 자사의 핵심 기술 21건을 임치해 둘 정도로 기술임치제도에 대해 깊은 신뢰를 갖고 있다.이 회사는 외국기업이 독점하던 의료영상저장시스템을 국산화하는데 성공, 현재는 국내 점유율이 전체의 70%에 달할 정도로 동종 업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기업의 핵심 경쟁력을 독자적인 기술로 꼽고 있는 이 회사는 개발 과정에서부터 철저하게 기술을 임치, 만일의 기술 유출에 대비하고 있다. 이 회사 강명호 경영기획부장은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른 IT 업계의 특성상 등록까지 1년여 이상 걸리는 특허 대신 임치제도를 통해 기술을 보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부처 중에서는 기획재정부가 올 1월부터 임치제도를 회계 예규에 반영해 공공기관의 제도 이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는 기존 SW 발주시 공공기관이 납품 중소기업으로부터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이관받는 관행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이에 기재부는 개발기업이 납품한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재권은 개발기업이 소유하되 공공기관은 안전한 사용권만 확보할 수 있도록 기술자료 임치제도를 회계 예규에 반영, 공공기관의 SW 발주시 기술임치제도 이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정부 R&D 사업 등에도 기술임치제도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중소기업청은 구매조건부 신제품개발사업 관련 규정에 제도를 반영, 개발기업의 파산시 구매 기관 및 정부 등이 임치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중소기업 정보화 사업에도 소프트웨어 공급업체가 시스템 도입 중소기업에 소스코드를 필수적으로 공개하도록 했던 원안을 보완, 임치제도를 반영함으로써 해당 기술의 신뢰성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외국 기업 중에서는 일본 최대의 중공업회사인 미쓰비시중공업사가 최근 인천공항공사에 납품하는 기술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5건의 기술을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 임치했다.이밖에 국내 반도체 분야 대기업인 A사는 올 상반기에 국내 중소기업이 납품하는 기술에 대해 기술임치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하반기부터는 해외로부터 도입하는 기술에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손승우 기술자료 임치제도 발전연구회장(단국대 법과대학 교수)은 “중소기업은 핵심기술을 임치하는 것만으로도 기술유출을 방지할 수 있고, 사용기업에게 신뢰성을 줄 수 있다”면서 “대기업 차원에서도 사용기술의 신뢰성 보장과 납품기업과의 상생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 기술임치제도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