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 가능성 높은 반(反) 산업법.’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청소년보호법(이하 청보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정리한 말이다. 온라인게임 규제를 담고 있는 이 개정안이 여성가족위원회 의결 과정 후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 국회 통과 초읽기에 들어갔다.
청보법 개정안 중 온라인게임과 관련된 조항은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청소년의 이용 전면 중단 △청소년의 회원가입시 친권자 동의 의무화 △친권자의 청소년 이용시간 제한 요청 가능 △친권자에게 청소년이 가입한 게임의 특성·등급·결제정보·이용시간 등의 통보 △사업자의 중독 경고문구를 표시 등이다. 산업계는 물론 법조계와 정부 부처까지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청보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각계 전문가들을 통해 철저하게 분석해봤다.
◇과잉금지 원칙 위반과 평등권 침해=청보법 개정안 가운데 가장 논란을 빚고 있는 내용은 심야 시간 게임 이용금지다. 법무법인 동서파트너스 김기중 변호사는 “청보법 개정안은 한 마디로 청소년의 개인 권리를 무시한 전근대적 발상에서 비롯됐다”며 “법률적으로 과잉금지 원칙 위반과 평등권 침해라는 위헌 소지가 매우 짙다”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가 지적한 과잉금지 원칙 위반은 ‘입법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수단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이 인정돼야 한다”는 헌법 조항에 의거한 판단이다. 개정안은 이미 심사를 받고 청소년 이용가로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을 대상으로 한다. 또 본인 또는 친권자의 요청에 따른 이용제한 규정이 있는데도 심야시간 제한 규정이 중복된다.
평등권 침해도 심각하다. 청보법 개정안은 오로지 ‘한국’의 ‘온라인게임’만 규제한다. 비디오게임이나 PC게임, 모바일게임 등 다른 플랫폼과 비교할 때 형평성이 없다. 특히 외국 온라인게임과 비교할 때 비합리적인 역차별에 해당한다.
황성기 한양대 법학과 교수는 “청보법 개정안은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적정한 수단이 아니고, 피해의 최소화 수단도 아니며, 법익의 균형도 맞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게임 규제는 게임법이 적합=위헌 소지는 물론 청보법 개정안은 법령 자체의 적합성의 문제점도 제기된다. 청소년보호법은 청소년유해매체나 청소년유해업소 등을 규제하는 목적인데, 온라인게임 자체가 유해성을 갖는 대상은 아니라는 취지다.
이인화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는 “게임중독은 의학적 치료와 교육적 예방이 필요한 정신병의 일종”이라며 “청보법 개정안은 중독의 원인을 이용자가 아닌 게임, 그 자체에서 찾는 치명적 오류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또 “청보법 개정안에 기성세대가 찬성하는 이유는 자기 가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게임이라는 병균이 들어와 자녀들을 오염시켰다고 생각하는 소시민의 허위의식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아울러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한 청소년은 어떤 방법으로든 쾌락중추를 자극하는 도파민 분비를 해야 하는데 게임을 막는다면 예전처럼 본드 중독과 부탄가스 중독이 만연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업계 자율 규제가 가장 바람직하며 굳이 법이 필요하다면 청보법 개정안이 아닌 게임산업법에서 게임 규제를 전담하는 편이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김재현 문화부 게임산업과장은 “게임법 개정안은 문방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상태”라며 “청보법 개정안 중 일부를 게임법 개정안에 포함해 게임산업의 진흥과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 예방을 함께 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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