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포럼]지금은 강(强)보다 온(溫)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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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북한 정보가 매우 제한적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분명 이전과는 다른 북한 내부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다.

그 표면적 이유 중 하나가 화폐개혁 실패다. 좀처럼 자신들 행위에 대해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북한도 2009년 11월 30일 실시한 화폐개혁이 실패했음을 묵시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 같다.

북한은 화폐개혁을 통해 사회주의 체제를 공고히 하고, 궁극적으로는 후계문제를 안정적으로 풀어가고자 했다. 북한 후계문제는 북한 내부만의 관심사항이 아니다. 6자회담 대상국도 나름대로 북한의 정치지형 변화에 따른 다양한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6자회담 국가의 궁극적 목적은 북한이 국제사회 룰을 준수하고, 북한 행위가 예측 가능하도록 북한을 연착륙시키는 것이다.

이런 예측 가능성이 궁극적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 안정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지금 각국은 북한에 대해 강온 양면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런 전략은 향후 북한이 내부 통제력을 상실했을 경우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국의 명분을 쌓기 위한 행위로 해석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중국이다. 중국은 동북공정과 동북진흥계획 등을 통해 유사시 북한에 대해 선점권을 행사할 수 있는 명분을 쌓아가고 있다. 미국 등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북한이 국제질서를 위반하는 행위에 대해 강경한 자세로 대응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북한과의 모든 대화를 차단하고 있는 건 아니다. 다양한 형태로 북한과 대화를 유지하면서 항상 새로운 국면에 대비하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우리는 민족이라는 특수성과, 전쟁 경험, 그리고 이데올로기적 요소 등이 혼재해 있기 때문에 대북정책 수립에 있어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는 보수·진보 모두 마찬가지다. 역대 정부가 북한에 대해 선조치 후협상의 성향이 강했다면, 현 정부는 선협상 후조치의 성향을 띠고 있다. 각자 논리와 명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성향은 북한과 동북아정세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어렵게 하는 측면이 있다. 지금은 북한의 변화에 대해 실리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과거 정부의 대북정책이 저자세 ‘퍼주기’로 비판받았지만 나름대로 북한과 대화 채널을 유지, 신뢰를 형성한 긍정적인 면도 있다. 현 정부 또한 대북관계에 있어 원칙을 견지해 예전보다 확실한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지만, 지속적 대화 채널은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강온전략을 적절히 활용할 때 실리와 명분 모두를 얻을 수 있다. 고무줄은 어느 지점까지는 당길 수 있지만, 그 임계점을 넘어서는 순간 끊어지고 탄력성을 잃게 된다. 남북관계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북한에 대해 당겼으면, 이제 전략적인 차원에서 어느 정도 유연성을 보일때가 됐다. 그 계기로 남북정상회담이 어떨까 한다. 지금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상당수 국민이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북한 또한 정상회담을 예전과 다르게 접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그동안 우리 정부가 북한에 대해 원칙을 지키며 일관된 자세를 유지함으로써 북한이 이를 따르도록 만든 중요한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 관계가 한쪽의 일방적 이익만을 추구할 수 없듯이 남북관계도 북한의 입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 점에서 지금이 남과 북의 정상이 만나 양쪽 모두의 실리와 명분을 찾을 수 있는 좋은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유완영 유니코텍코리아 회장 jamesu6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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