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의 세계에서는 연극을 하는 것도, 콘서트를 여는 것도 가능하다. 다중접속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MMORPG)은 말 그대로 하나의 서버에 많은 게이머가 모여 현실사회처럼 아바타를 통해 친구를 만나고, 사냥하고, 장사하고, 공동체를 만들어간다. 내가 게임에 접속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게임세계는 항상 움직이고 변화한다. 보편적 일상의 다양한 모습에 더해 게임세계는 또 하나의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아날로그 세대에게 게임을 이해하라고 하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디지털시대를 살아가는 게임세대에게 게임은 그 자체가 미래의 삶을 체험하는 현장이기도 하다. 게임을 통해 각각의 역할을 가진 캐릭터를 선정하고, 이를 육성하고, 그 과정에서 각기 다른 특성과 역할을 경험하게 되며, 이들이 협업하면서 게임 내 미션(퀘스트)을 이뤄나간다. 게임에서의 활동은 협업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세상은 게임이용자의 선택에 의해 빠르게 변화하고 성장한다.
물론, 게임과다이용으로 인한 과몰입과 중독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게임중독에 따른 여러 사회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으며, 무엇보다 자기규제능력이 미약한 어린이와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디어과다이용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규제능력이다. 법이나 제재와 같은 사회적 장치를 통해서 이 같은 과다사용을 막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최근 3D 가정용 수상기가 선보이고 있고, 4D 영화가 등장하고 있다. 가상현실은 우리의 일상 속에 스며들고 있다. 결국, 미래사회에 필요한 것은 가상현실을 살아가는 대처능력이며, 개인이 스스로 게임과다이용에 대한 부문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다.
게임리터러시, 이는 게임세계를 살아가는 방법이며, 미래사회를 여는 능력이다. 게임리터러시는 게임이용에 대한 조절능력뿐만 아니라, 게임에 대한 이해를 통한 게임세계에서 얻어지는 경험들을 현실세계로 적용 가능한 능력을 함양시키는 데 그 목표가 있다. 이는 게임중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게임중독교육과는 구분되며, 오히려 다수의 게임이용자들에게 자기규제능력을 높임으로써 게임중독 예방교육이 된다.
게임세대는 단지 게임을 즐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게임아이템을 만들고, 게임스토리를 만든다. 이 경험들은 미래의 디지털시대가 요구하는 다양하고 개별화된 창의성에 기반한 삶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가능하게 해준다. 유명한 교육학자인 젠킨스는 미래교육의 영역으로 ‘놀이’ ‘탐색’ ‘시뮬레이션’ ‘퍼포먼스’ ‘집단지성‘을 제시했다. 게임리터러시는 게임콘텐츠를 대상으로 한 교육이며, 이 과정에는 이 모든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함께 녹아들어 있다. 기대와 우려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게임중독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높아질수록, 게임이 가져다 줄 미래에 대한 사회적 기대도 높아가고 있다. 새로운 문화와 소통방식을 낳고 있는 UCC의 등장은 사회, 문화 그리고 소통의 주체로서 ‘개인’의 필요성을 요구한다. 따라서 ‘게임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사회적 담론에 머물기보다는 ‘게임을 통해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의미와 해답을 얻어가야 할 시기다. 게임세대인 우리의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시대는 아날로그 미디어가 지배하는 사회가 아니라, 디지털 미디어가 사회를 정의하는 시대다. 게임세대에게는 디지털시대의 규범과 규칙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게임문화교육으로서의 게임리터러시 교육이 무엇보다 요구된다.
김양은 (사)게임물등급위원회 위원 arche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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