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전세계 경제침체는 일부 나라를 국가 부도의 위기로 몰아가면서 과거 대공황의 공포를 상기시킬만큼 전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한국은 이러한 세계적 금융위기 속에 그동안 안정적으로 국가부채를 관리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활성화 정책을 수행하여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제는 낮은 실업률, 주력산업의 넛크랙커(nut cracker) 현상 심화로 인해 경제침체를 완전히 벗어나 있지는 못하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경제위기의 극복을 위한 새로운 성장 동력발굴은 현재 우리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국가적 현안이다. 이러한 국가적 현안 해결을 위해 기존의 기술발전의 한계를 돌파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의 기술과 시장을 창출 할 수 있는 과학기술을 국가적으로 더욱 지원할 필요가 있다.
21세기는 과학기술을 통한 신산업의 창출과, 이를 통한 산업경쟁력의 확보에 의해 경제성장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기술융합을 통한 새로운 기술 및 산업의 창출은 한국이 세계경제 재편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핵심키가 될 것이다. 융합기술 개발의 성공사례인 바이오칩을 예로 들면, 바이오칩 중 가장 먼저 개발된 DNA칩의 경우, 미국 Affymetrix사는 반도체기술, 생명공학기술과, 화학 및 재료공학의 융합을 통해 수십만 개의 다른 염기들을 하나의 유리기판위에 직접 합성해 DNA 칩을 제작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하였다. 이후, DNA 칩을 상용화하고자 하는 후발 기업들은 대부분 아피매트릭스사의 원천특허에 저촉되어 개발 제품의 상용화시 막대한 기술료를 지불해야 한다. 이러한 예에서 보듯이 융합기술은 기존의 방법으로는 달성하기 어렵거나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기술과 시장을 만드는 소위 ‘와해성 혁신’의 핵심에 있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 선진 각국은 이러한 융합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신산업창조전략(일), 지식 NBIC프로젝트(EU) 등 국가적 차원의 융합기술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도 ‘국가융합기술발전 기본계획(’09∼‘13)을 수립해 국제적으로 태동기에 있는 융합기술분야의 선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교과부에서는 미래융합 파이오니어사업 등을 통하여 BT, NT, ET, IT 등의 이종기술간의 융합을 통한 원천기술의 확보를 목표로 이미 연구개발 투자를 시작 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최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기관 중장기전략계획인 ’융합기술로드맵‘을 작성한 것과, 연세의대와 ‘메디컬융합 MD-Ph.D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BT기술과 타부문간 기술융합을 통한 원천기술개발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R&D 개발과 더불어 중요한 점은 산학연 간 ‘연구 인력의 순환’, ‘성과의 순환’, ‘지식정보의 순환’ 등 융합연구를 촉진하는 기반 구축이 진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보다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국가적으로 기초과학 그리고 원천기술 연구에 대한 인식이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원천기술은 수많은 실패를 통해 긴시간에 걸쳐 얻어진 것이 대부분이다.
앞으로 신산업 창출을 위해서는 선진국 모방전략이 아니라 ‘긴호흡’을 갖고 기초기술과 창의적인 연구에 중점을 둔 연구를 하여야만 한다.
정부가 이러한 BT기술을 활용한 융합원천기술개발에 더욱 투자를 강화하고 융합기초연구기반을 구축하기 위하여 융합인력양성 및 국내외 융합협력거점 구축을 위해 노력해주길 기대한다.
박영훈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ypark@kribb.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