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노키아, 삼성전자, 구글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IT기업들이 모바일 패권 다툼에 한창이다. 통신사업자까지 가세한 전면전이다. 구도가 복잡하다. 누가 적이고, 아군인지 헷갈린다. 인텔은 MS라는 오랜 벗을 버리고 노키아와 손을 잡았다. ‘윈텔’의 영광을 ‘노텔’로 이어가겠다는 뜻인가. 애플을 사이에 둔 MS와 구글의 ‘삼각관계’도 무척 낯설다. 새 모바일 운영체계를 공개한 MS는 애플 아이폰에 검색엔진 ‘빙’을 넣으려 애쓴다. 구글은 애플과의 연대를 강조하나 내심 안드로이드 확산에 골몰한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윈도폰7 등을 지원하면서 독자 플랫폼인 ‘바다’에 승부수를 띄웠다. 서로 웃고 있지만 칼날을 감췄다.
통신사업자들의 행보는 좀 더 노골적이다. ‘슈퍼 앱스토어’를 공동 설립하면서 ‘반(反) 애플’의 기치를 내걸었다. 맨 앞에 아이폰 신화를 도왔던 AT&T가 있는 것도 놀랍다. 몇 년 전부터 예고됐던 일이었지만 너무 빨리, 그것도 동시다발적으로 왔다. 애플의 아이패드와 아이TV까지 등장하면 PC제조사, 미디어까지 전장이 넓어질 것이다. 속셈들은 뻔하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은 플랫폼 독점을 꿈꾼다. 통신사업자들은 이걸 어떻게하든 막겠다고 발버둥친다. 인텔, 퀄컴, 삼성 등은 디바이스와 휴대폰을 더 많이 파는 구도를 만드는 게 관심사다.
그런데 모두 불안해 하다. 경쟁자의 행보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앙숙인 MS와 애플이 언제 제휴할 지 모르는 판이다. 당분간 수 읽기에 몰두할 수 밖에 없다. 이것이 끝나면 적도 끌어안는 합종연횡이 활발해질 것이다. 누가 승자가 될지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승부처가 콘텐츠 유통이며, 결정권이 소비자에 있다는 점이다. 일단 유통을 선점했으며, 소비자 마음을 읽는 데 능한 애플이 유리하다. 아이패드, 아이TV까지 주도권을 쥘 것이다. 그런데 사방에 적이 너무 많다. 통신업체의 지지를 받는 구글은 다크호스다. PC시대 MS가 했던 역할을 이어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디바이스는 물론 휴대폰, 플랫폼까지 포트폴리오가 다양한 삼성전자는 잃을 것보다 얻을 게 많은 판이다. 어떤 플랫폼이든 다 맞춰주겠다는 LG전자는 ‘폼’이 나지 않을지라도 ‘제2의 삼성’을 꿈꿀 만하다. 통신사업자와 MS 등도 뒤늦게 소비자를 챙기기 시작했으나 얼마나 소비자 마음을 잡을지 미지수다.
IT산업 역사 상 가장 큰 싸움판이다. ‘승자 독식’의 원칙도 유효하다. IT산업계에 평지풍파(平地風波)를 일으켜 공공의 적이 된 스티브 잡스. 그가 스탠포드대 졸업식 연설에서 했던 ‘연결 점(Connected Dot)이라는 말이 문득 떠오른다. 그는 자퇴 전 배운 서체 공부가 애플 컴퓨터 개발에 도움이 됐던 경험을 예를 들며 미래에 어떤 도움이 될지 모를지라도 지금의 관심사에 열중하라고 말했다. 글로벌 IT기업들이 지금 저마다 열중하는 일이 과연 미래 승자의 자리로 ‘연결하는 점(Connecting Dot)’이 될 것인가.
신화수 취재담당 부국장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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