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블랙홀에 대한 편견과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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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블랙홀이 태초 우주의 대폭발을 가리키는 ‘빅뱅’과 함께 자주 인용되고 있다. 대중적 인기도 아주 높아 ‘블랙홀’과 ‘빅뱅’이라는 음악 그룹이 있을 정도다.

 불과 50년 전까지만 해도 블랙홀이 실제로 우주에 존재한다고 믿는 천문학자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믿지 않는 천문학자가 없다.

 한때 블랙홀은 ‘빛까지 빨아들이는 지옥’ 또는 ‘시공간의 무서운 구멍’ 등으로 불리며 모든 것을 남으로부터 빼앗기만 하는 ‘놀부’ 같은 이미지를 갖게 됐다. 하지만 영국의 스티븐 호킹 박사가 블랙홀에 대한 개념을 모조리 바꿔놓았다. 호킹은 블랙홀이 ‘흥부’처럼 남에게 베푸는 착한 성격도 지니고 있어 무궁한 에너지 탱크로 간주돼도 무방함을 증명했다. 그뿐 아니다. 호킹의 주장에 따르면 빅뱅 직후 현미경으로도 안 보이는 아주 작은 블랙홀이 무수히 태어나야만 한다.

 한편 거대한 천체망원경들을 통해 여러 은하 중심부분에서 태양보다 수억 배 더 무거운 블랙홀들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실제로 이들은 태양과 같은 별 1천억개가 모여야 낼 수 있는 에너지를 방출하고 있다. 어쨌든 이제는 ‘과연 블랙홀은 존재하는가’ 물을 때가 아니라 ‘블랙홀은 몇 종류나 있는가’ 물을 때인 것이다.

 이처럼 블랙홀은 빅뱅과 함께 현대천문학과 현대물리학의 총아로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블랙홀과 빅뱅을 다루는 우주천체물리학 분야가 우리나라에서는 의외로 푸대접을 받고 있다. 천문학과 물리학의 융합분야로서 접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주천체물리학을 다루는데 필수적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강의를 제공하는 대학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하지만 이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우주천체물리학 분야 연구진들은 우리나라 기초연구분야 중 피인용횟수 최우수등급을 유지하며 높은 연구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이 분야에 집중투자가 보장되면 국가 기초연구의 질적 수준을 단기간에 견인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가 미국, 호주와 함께 칠레에 건설하고 있는 25m 거대 마젤란 망원경(GMT) 활용에 대비해서라도 우주천체물리학 분야의 연구테마 개발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정부가 최근에 발표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기초과학연구원(BSI·Basic Science Institute)은 최상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나는 과학자로서 정치적인 면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과학적인 면만을 언급하고자 한다.

 가장 근본적인 기초과학연구 테마인 우주천체물리학 분야는 기초과학연구원의 위상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연구 분야에 포함돼야 한다. 이 경우 천체망원경 건설 및 관측을 주요 임무로 수행하는 한국천문연구원의 ‘국립천문대’ 역할에 이론적 기능이 보완된다. 즉 우주천체물리학계는 양날개를 달고 우주에 대한 인류의 가장 궁극적인 질문의 해답을 찾아 날게 된다.

 이리하여 국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많은 청소년들을 우주천체물리학의 길로 초대하게 될 것이다. 내가 지도하고 있는 ‘천재소년’ 송유근 군의 꿈도 우주천체물리학을 연구하는 대학자가 되는 것이다. 유근이가 전 세계 학자들이 몰려오는 기초과학연구원에서 마젤란 망원경으로로 관측한 블랙홀 데이터를 이론적으로 풀어 유창한 영어로 강의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원장 sjpark@kas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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