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풀 자라듯 무성해져서 심란하다. 연예계 스캔들은 신문지면이라도 타지만 직장 스캔들은 구설수에만 오른다. 같이 영화밖에 본 일이 없는데 동거한다고 소문나고, 월차 문의했는데 권고사직당한다고 소문이 파다하다. 밀어주진 못해도 밟아버릴 수는 있다는 듯이 쉬쉬하면서 수군거린다. 친구의 친구의 친구 이야기까지 대상도 넓고 험담부터 입방아까지 주제도 광범위하다. 안 되겠다 싶어서 소문냈다는 사람을 찾아가서 따지니 자신도 남에게서 들은 얘기라며 발뺌이다. 긁어 부스럼 만드느니 차라리 참아야 하는 건지, 억울하고 분해서 관자놀이만 누를 뿐이다.
무섭다고 비명 지르면서 공포영화 보고, 말도 안된다고 욕하면서 막장 드라마를 본다. 남 얘기는 극적이어야 더 짜릿하다. 굴절과 왜곡이 스캔들의 본능이다. 스캔들은 육체와 역할만 있고 영혼과 이름을 잃어버린 사무실에서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유일한 이벤트다. 스캔들은 밋밋하고 따분한 사무실의 유일한 오락이다. 타인에게 일시적이고 부정적이지만 관심을 갖고 귀를 쫑긋 세우는 것은 가벼운 일탈이자 탈선이다.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며 연대하는 가운데 충전과 활력이 생긴다. 이 한몸 껌이 되어 쪼개지고 씹혀서 그들이 생동감을 찾는다면 너그럽게 기다려주자. 소설인지 사실인지는 시간이 입증해준다. 떠도는 소문은 검증된 정보가 되기 전에 사그라진다.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듯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자. 듣고도 못 들은 척, 보고도 못 본 척, 코웃음치며 넘겨버리자. 정작 슬퍼할 일은 한번도 소문의 주인공이 된 적이 없는 것이다. 영국의 실업가 컬린 터너는 “수많은 동상들은 살아있을 때 비판을 받아왔던 사람들을 위해 세워진 것이다. 그러나 비판을 해왔던 사람들을 위해 세워진 동상은 없다. 사람들이 당신에 대해 수군거리는 것을 멈추는 그날이 바로 당신이 성장을 멈추는 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