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먹기는 곶감은 달다. 그다지 실속은 없어도 당장 좋다. 우리 휴대폰 업계도 이와 다르지 않은 듯하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 합계는 처음으로 30%를 웃돌았다. 세계에서 판매된 휴대폰 3대 가운데 1대는 한국산이다. 양사에 ‘휴대폰 많이 팔아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고 물으면 어떤 대답을 얻을 수 있을까.
지난해 ‘아이폰 상륙사건’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를 생각케 한다. 애플은 지난해 삼성전자가 판매한 휴대폰의 20%를 밑도는 4200만대 가량을 팔았다. 판매량으로는 경쟁상대가 되지 않음에도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히트상품 하나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다. 개방과 공유라는 ‘아이폰 효과’는 소비자들의 휴대폰 사용패턴을 바꿔놓았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홈구장에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밀리진 않았지만 ‘안방불패’ 신화에 생채기를 냈다. 한국업체들이 하드웨어만 믿고 한동안 자만심에 빠져 있지 않았나 하는 느낌을 준다.
소비자에게 ‘아이폰을 써보니 행복하십니까?’라고 물으면 어떤 대답을 얻을 수 있을까. 옆 동료가 멋지게 그 제품을 사용할 때 이를 보는 사람의 구매욕구는 올라간다. 존경하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 어울리고 싶은 사람들이 그 제품을 쓰고 있으면 더욱 그렇다. 요즘 CEO 서너 명만 모이면 식탁 위에 첫 메뉴는 아이폰이 오른다.
휴대폰만 잘 만들어 시장을 확장하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운영체제(OS)나 소프트웨어(SW), 콘텐츠를 결합시키지 않고 승자가 될 수 없다.
잘되는 기업은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본다. 에디슨은 등불을 전구로 대체해 인류의 밤을 밝혔다. 당시 전구를 개발하고 있었던 사람은 에디슨 외에도 수십 명이 있었다. 하지만 소비자가 등불을 버리고 전구를 선택하도록 싸고 편리한 ‘시스템’을 고민한 사람은 에디슨뿐이었다. 그는 전구 자체가 아닌 경쟁력 있는 ‘전력 네트워크’가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발전기, 전기 계량기, 송전선 등을 고안했다.
이것이 핵심이다.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았지만 소비자의 관심은 휴대폰이 아닌 애플리케이션에 있다. 편리함 때문이다. 여전히 온라인에서 공짜 콘텐츠를 내려 받을 수 있지만, 아이튠즈를 이용하면 편하기 때문에 돈을 주고라도 이용한다. 휴대폰은 그 도구일 뿐이다. 이제 제품을 파는 시대에서 서비스를 파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지난해 미국 통신사인 버라이즌은 모토로라 드로이드를 출시했다. GPS칩이 있어 위치 정보서비스를 공짜로 제공한다. 자동차 회사들이 GPS장치를 달아주고 돈을 벌었는데 이게 하루아침에 공짜가 됐다. 1000억달러 산업이 어느날 갑자기 사라졌다. 이것이 바로 오늘의 현실이다.
우리 기업들은 자동차 1000만대를 리콜한 도요타와 제품 하나로도 세상을 뒤흔드는 애플에서 배울 것을 철저하게 배우고 배우지 말아야 할 것을 냉철하게 버려야 한다. “연예계는 센 물살 같아요. 제자리에 서 있으면 밀려 내려가요. 열심히 앞으로 가려고 해야만 그나마 조금씩 나아갈 수 있어요.” 가수 겸 연예기획사 JYP엔터테인먼트 박진영 사장의 말이다. 두고두고 곱씹어 볼 말이다.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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