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말 상륙한 아이폰이 한국에 몰고 온 파장은 대단했다. 그간 쌓아온 ‘모바일 강국’의 자부심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충격을 경험했다. 그러나 관련업계는 위기는 곧 기회라는 믿음으로 재도약을 다짐하고 있다.
최근 한 모바일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올해 국내 스마트폰 출하물량은 185만대 수준으로 지난해 54만여대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하리라 전망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 휴대폰 시장의 변방에 머물렀던 스마트폰은 이제 왕좌를 차지할 만큼 무서운 속도로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이 같은 태풍의 눈에 개방형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마켓플레이스가 있다.
애플 앱스토어의 성장은 경이롭다. 앱스토어를 통한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다운로드가 이미 30억건을 넘었다는 수치가 이를 증명한다. 앱스토어에서 사람들은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애플리케이션을 구매한다. 글로벌 IT공룡이라 불리는 대형SW기업들과 경쟁할 필요도 없다. 불법복제 우려도 덜하다. 그러나 짚고 갈 대목이 있다. 바로 범람하는 ‘악성 애플리케이션’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 피해다.
버그가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앱스토어에 등록되면 이를 내려받은 기기는 과도한 메모리와 시스템 부하 등으로 각종 오류를 일으켜 아예 기계를 망가뜨릴 수 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플랫폼용 애플리케이션 장터인 ‘안드로이드 마켓’에 은행 결제 애플리케이션을 가장해 이용자 정보를 탈취하는 피싱 애플리케이션도 최근 등장했다. 이 같은 독버섯은 그저 시작에 불과하다. 지금처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사전 테스팅 절차나 보안대책이 없는 상황에서는 피해 사례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
분명히 인식해야 할 점은 피싱 목적의 ‘악성 애플리케이션’이나 버그가 있는 ‘불완전한 애플리케이션’으로 생기는 피해가 개인에 국한한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고객의 불신, 언론 보도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 손실까지 감내해야 하는 등 심각한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애플리케이션 버그로 인한 피해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 소비자나 기업, 정부 모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테스팅’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테스팅 도입과 보안 강화를 통해 사전에 충분히 방지할 수 있음에도 이를 묵인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기존에도 모바일 분야 테스팅 활성화의 일환으로 모바일 전용 테스트 센터가 일부 도입되어 있지만 제한된 인프라로 늘어나는 모바일 관련 테스팅 수요를 감당하기는 역부족이다.
이에 따라 민간 테스팅 기업들도 모바일 테스팅 인프라 확충을 위한 자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도 자체 테스트센터를 오픈해 서비스 중이다.
스마트폰 열풍이 몰고 온 애플리케이션 개발 붐은 관련 시장의 성장을 이끌 청신호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 같은 시장이 보다 무르익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SW품질을 높이려는 인식의 변화가 절실하다. 완벽한 제품을 생산하는 이가 ‘총성 없는 전쟁’으로 떠오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서 웃을 수 있다. ‘모바일 코리아’의 위상도 그때 회복할 수 있다.
노성운 인피닉 사장 funfun@infiniq.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