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의 투자 유치는 단순히 자본 유치 측면을 넘어 향후 기술 협력까지 염두에 둔 것입니다. 퀄컴과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휴대폰 기업과 협력해 전 세계 휴대폰의 오디오 표준을 만들어갈 계획입니다.”
세계적인 통신기업인 퀄컴이 국내 첫 투자사로 오디오 분야 칩 기업인 펄서스테크놀로지를 선택했다. 퀄컴은 이 회사에 400만달러(약 50억원)를 투자했다. 무엇보다 이 회사의 기술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오종훈 펄서스테크놀로지 사장은 “단순 투자라면 6개월 정도 소요되지만 기술 협력까지 제안하면서 투자 성사에 거의 1년이 소요됐다”며 “이 과정에서 퀄컴이 우리 기술에 높은 관심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지난 1999년 포스텍 교수였던 오종훈 사장이 설립한 펄서스테크놀로지는 2000년 세계 최초로 완전 디지털 오디오 앰프용 오디오 프로세서를 개발했다. 현재 세계 디지털앰프 프로세서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는 오디오 전문 팹리스 반도체 기업이다. 이미 칼라힐, 소프트뱅크 등 세계 유수의 투자 회사들이 이 회사에 투자한 바 있다.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인 TI나 ST마이크로 등도 자사 전력용 칩 제품이 펄서스 제품과 호환된다고 판촉할 정도로 오디오 칩 분야에서는 뛰어난 기술력과 시장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 사장은 “지난 1990년 이후 대부분의 음악이 디지털로 변했지만 아날로그처럼 행복을 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며 “아날로그처럼 따뜻하면서 누구나 접할 수 있는 디지털 음악을 일반인에게 들려주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그는 “휴대폰 소리 역시 고음질화하면서 디지털로 바뀌고 있다”며 “퀄컴과 제휴로 소비자들이 항상 갖고 다니는 휴대폰에서도 마음을 울려주는 따뜻한 디지털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펄서스는 이미 디지털앰프 시장에서 60%대 시장 점유율로 실질적 표준 기술을 확립한 만큼 휴대폰 오디오에 대한 표준 제정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그는 “이번에 확보한 자금을 연구개발(R&D) 분야 인력을 영입하고 필요한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라며 “올해 매출 목표는 전년에 비해 50% 이상 늘어난 200억원”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 기업 중에서는 드물게 R&D의 50% 이상을 국내외 기업과 협력해 진행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오종훈 사장은 “직원 수는 36명이지만 R&D 아웃소싱을 통해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오픈 이노베이션의 성공 사례를 남기고 싶다”고 강조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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