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포럼] 북한의 과학기술의 전략적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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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바다에서는 대포 쏘면서 육지에서는 회담하자고 한다. 이해하기 힘든 이중적 태도다. 그들이 어디로 갈지 방향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 그만큼 우리 대응도 쉽지 않다. 그동안 어렵게마나 유지돼 왔던 남북협력 채널도 희미한 상황이다. 북한은 오는 2012년까지 강성대국을 건설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이 연도를 슬그머니 빼는 형국이다. 북한은 강성대국을 여전히 국가목표로 천명하고 있다. 이를 위한 북한의 국정 핵심 과제가 바로 과학기술에 의한 경제발전 전략이다. 사실 북한은 과학기술 측면에서 선택의 길이 많지 않다. 기초과학 기술이 강하다고 하지만 실험을 위한 초보적 연구기자재 마저 공급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문서상의 연구만 진행할 뿐 실증을 요하는 연구는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최근 이뤄진 북한의 과학기술 논문 분석에 의하면, 수학 등에서 부분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연구가 보일 뿐 우리 입장에서는 그 효용성마저 의문시되는 연구들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북한이 과학기술자 생산 현장 지원을 강조하면서 생산 과정의 문제 해결에 주안점을 두고 정작 연구개발에는 거의 관심을 쏟고 있지 않기 때문에 연구성과가 현상 유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 때문에 활발히 발달하고 있는 세계 속의 과학기술을 더더욱 따라가기 어렵게 되고 있다. 또한 북한이 제한된 연구 자원들을 중점 및 특수 분야에만 투자하면서 대부분의 과학기술 영역에서 일반 분야와 특수 분야(군사 등) 간 커다란 괴리가 생기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북한이 주창하는 강성대국은 고사하고 경제발전을 지탱하는 과학기술이 더 이상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여러 조치가 시행돼야 한다. 먼저, 소통하는 과학기술 체제를 구축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기술자간 교류와 성과 발표 등이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 세계적 추세인 융합과 거리가 먼 북한의 현재 과학기술은 국제 경쟁의 초보 단계에도 들어 설 수 없는 수준이다. 최근 북한의 ‘미래2.0’이라는 전자책 시스템이 공개되었다. 흔히 ‘2.0’은 소통을 의미한다. 자신이 최고라고 헛되이 주장하는 대포보다는 글로벌 소통 구조를 하루라도 빨리 갖추는게 필요하다. 과학기술 교육 연수도 확대해야 한다. 북한의 우수 과학기술자는 점차 고령화되고 있다. 반면 신진층은 양질의 교육 혜택을 받기 어려워지고 있어 전반적으로 북한의 과학 수준이 낮아짐으로써 과학기술의 자체 재생산이 중단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이어서 개학을 준비 중인 평양과기대에 안팎으로 시선이 쏠리고 있다.

 과학기술의 전략적 선택도 필요하다. 북한도 최첨단을 강조한다. 하지만 기반과 연계 영역과의 균형 발전이 없을 때 이것이 가지는 가치는 미미하다. 그러므로 북한 자신이 가진 것을 토대로 해야만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무엇보다 보유한 인적, 물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의 상충이 아니라, 어느 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상충의 선택을 하는 것은 모두를 잃어버릴 가능성이 더 크다. 김일성의 쌀밥과 고깃국 유훈을 관철하겠다는 것이 북한의 입장이라면 모두를 살릴 수 있는 선택을 하루라도 빨리 단행해야 할 것이다.

최현규 KISTI 정보서비스실장/hkchoi@kist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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