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러다임이 또 바뀌었나요?”
인터넷 포털 뉴스 검색창에 ‘패러다임’을 입력하면 하루 평균 7∼8건의 정보가 뜬다. 영화 ‘아바타’로 영상산업 패러다임이 바뀌고 스마트폰 인기는 IT시장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금융이나 철강산업도 예외일 수 없다. 우리가 먹는 두부나 주류 시장도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패러다임 변화가 없는 조용한(?) 곳을 찾기가 더 힘들다. ‘패러다임’으로 정확히 1년전 정보를 검색해 봤다. 패러다임 변화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오히려 더 강하고 분야도 다양했다. 대략 훍어만 봐도, IT산업은 이미 1년전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패러다임이 변했다. 지난해엔 가발시장 패러다임이 기능성 제품 중심으로 바뀐 게 어렵게 발견한 차이점이다. 5년전으로 가 봤다. 스마트, 컨버전스(융합), 콘텐츠, 소프트웨어, 지식 등등… 올해 주목받는 키워드들이 고스란히 나온다.
우리는 이미 소프트(Soft)하고 스마트(Smart)한 지식서비스가 세상을 지배할 것임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정말 몰랐다면 바보다. 5년전이나, 10년전이나 근본은 크게 변하지 않았고 새삼스러울 게 없다.
패러다임(Paradigm)은 어떤 한시대를 지배하는 기본적인 틀이나 개념의 집합체다. 인류 역사에는 패러다임 변화처럼 그 이전과 그 후를 확연히 구분할 수 있는 분기점이 있다. 예전 사고 방식이나 모형들이 폐기되고, 새로운 현실이 지배하는 출발점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인류 역사상 2∼3개 정도의 전환점을 꼽는다. 농경기술과 인쇄술 발명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패러다임을 바꿀 중요한 사건은 단순 정보나 매체를 통해 확인하기 어렵다. 학자들도 어마어마하고 복잡한 이런 작업은 거의 다루지 않는다. 패러다임 변화는 조용히 찾아와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이런 거대한 변화는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있는 게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스마트’나 ‘융합’ 같은 현상은 패러다임 보다 ‘트렌드’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트렌드와 패러다임은 분명 차이가 있다. 트렌드는 불확실한 예측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일어날 미래 상황이다. 올해 출산율이 떨어지면 8년 후 초등학교 입학자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은 진실에 가깝다. 이처럼 트렌드는 우리나라 경제와 기술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다.
그래서 불확실하고 거대한 패러다임 얘기보다 트렌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세계 인류 문명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트렌드를 읽고 이해하는 작업이 개인이나 기업의 생존을 좌우한다. 하루가 머다하고 빠르게 변하는 기술 발전 속에서 주변에 떠도는 두루뭉술한 얘기에 시간을 뺏길 틈이 없다. 혁명보다는 비즈니스가 우선이다.
IT분야는 수년전부터 소프트하고 스마트한 지식사회로 가는 트렌드를 예견하고 준비해왔다. 이제 머리나 입으로 떠들게 아니라 행동으로 옮기면 된다. 어치피 예상한 일이고 가야할 미래다. 내년에도 패러다임 변화라는 얼굴로 다시 등장할 스마트, 컨버전스, 소프트웨어와 같은 말잔치에 너무 기죽지 말자.
주상돈 경제과학담당 부국장 sdjoo@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