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특허 리바이어던의 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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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철학자 토마스 홉스는 1651년 저서 ‘리바이어던(Leviathan)’을 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무질서한 자연 상태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인간은 사회계약에 의거한 강력한 ‘괴물(리바이어던)’을 창조한다고 했다. 국가의 탄생배경이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인간들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자신의 권리를 서로 포기하기로 하고 상호간에 계약을 맺는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 괴물 앞에서는 모든 사람은 생명에 대한 권리 이외에 그 어떤 권리도 주장할 수 없다. 왜냐하면 자신의 권리를 이미 그 괴물에게 넘기기로 다른 사람과 계약을 맺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물건을 돈을 받고 판 뒤 그것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상황과 비슷하다. 따라서 사회 구성원들은 그 괴물이 허가해주는 한도내에서 괴물에 의해 보장된 권리만을 누릴 수 있다.

 무형의 지식이 재산인 현대 사회에서도 이 같은 괴물이 있다. 바로 특허소송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특허괴물(Patent Troll)’이다. 특허괴물은 제품을 생산하거나 판매하지 않으면서 특허만을 매입해 로열티나 소송 합의금을 챙기는 회사로, 인텔렉추얼 벤처스(Intellectual Ventures) 등 세계적으로 220여개가 활동하고 있다.

 미국 특허정보 서비스 기관에 따르면 특허괴물에 의한 특허소송은 지난 10년간 7배 증가했다. 우리 기업은 특허괴물의 주공격 대상이 됐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5년간 삼성의 특허 피소 건수는 38건으로, 각 34건인 마이크로소프트나 모토로라보다 많다. HP(32건)와 A&T(30건)가 이들 기업의 뒤를 이었으며, LG는 소니와 함께 29건이었다. 우리 IT기업의 특허 피소 건수가 많은 것은 미국 시장에 폭넓게 진출해 있는 데다가 특허와 저작권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이다.

 최근 특허괴물이 기업형으로 바뀌면서 전 세계 연구개발자가 보유한 연구개발 아이템을 전방위적으로 매입한다. 특허권 행사가 어려운 연구자나 중소기업에게는 특허괴물은 천사로 대접받기도 한다. 연구자 및 중소기업의 특허권은 재산권이지만 처분해 현금화하기 쉽지 않고 대기업에 무시 당하기 십상이다. 이러한 특허권을 특허괴물이 사겠다고 한다면 거부하기 어렵다. 토마스 홉스가 말한 리바이어던의 탄생배경과 비슷하다.

 포트폴리오까지 갖춘 특허괴물의 공세는 앞으로 더욱 드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국내에서 개발한 아이디어가 우리 기업을 공격하는 데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권리를 포기한 대가가 부메랑이 되어 날아온 것이다.

 특허괴물로부터 공격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정부는 미래시장을 선도할 제품의 핵심·원천특허 획득 전략을 펼치고 있다. 올해에도 245억원의 모태펀드를 특허관리 특수목적회사 출자키로 했다.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아울러 기업은 연구자의 성구성과에 대한 보상체계를 마련하고 지적재산권 비즈니스 활성화로 연구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제공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권상희 경제과학팀장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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