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윤정의 성공파도] (243)신년맞이-­­내뜻대로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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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 출입증으로 지하철을 타려 들고 핸드폰으로 TV를 키려 든다. 냉장고 속에 리모콘을 넣어 얼리고 세탁기 속에 핸드폰을 넣어 돌린다. 이러다간 정말 샴푸로 양치하고 치약으로 얼굴을 닦을지도 모르겠다. 나이를 먹는 만큼 정신줄을 놓는 것 같다. 점점 초조하고 점점 초라하다. 마흔이 넘으면 생일케잌에 초도 안 꽂아준다더니 정말 생일케잌에 초 꽂을 자리가 비좁아진다. 한 건 없는데 나이만 먹는 것 같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살아가는 게 아니라 살아지는 것 같다. 파도에 밀리듯 세월에 밀리는 것 같다. 배고프지 않아도 때가 되서, 밥을 먹고 잠이 오지 않아도 잘 시간이라 잠자리에 든다. 가고 싶지 않아도 모임에 얼굴을 비쳐야 하고 즐겁지 않아도 박수를 치며 어울려야 한다. 시계바늘에 조종당하듯 타인의 시선에 조종당한다.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 할 일이 많아지고, 하고 싶어도 참아야 할 일들 뿐이다. 나이가 들면서 독선과 아집이 생기기도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 바깥세상에 더 휘둘리기도 한다. 의식해야 할 시선도 많아지고, 책임져야 할 임무도 많아져서 내 뜻대로 보다는 타인의 뜻에 휘말리는 일이 더 많아진다.

 엄마의 잔소리로부터 독립하였고 궁색한 용돈으로부터 자유로워졌지만 여전히 얽혀있고 아직도 매여있다. 챙길 것들과 신경 쓸 것들에 의해 내가 진정 좋아했던 것을 잃었고 내 본래의 색깔을 도난 당했다. 이제 내 영혼과 가슴이 원하는 일을 찾아보자. 더 잊기 전에 더 잃기 전에 나의 본래의 얼을 찾자. 샹포르의 격언집에는 "자연은 나에게 가난하지 말라고 말하지 않았다. 또 부자가 되라고도 말하지 않았다. 오로지 자연은 나에게 독립적으로 살라고 간청할 뿐이다."라는 말이 나온다. 나이가 들면서 집과 지갑만 독립할 것이 아니라 정신과 소신도 독립하자.

이성현기자 argo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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