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입학 기념으로 딸에게 명함을 새겨줬다. 직함은 ‘Hee Food’의 CEO다. 딸아이의 이름을 따서 만든 푸드 아트센터다. 회사명부터 로고까지 오랜 고심을 하더니 최종 시안을 오케이하는 딸이 참 대견스럽다. 앞으로 친척을 만나거나 친구를 만날 때 그 명함으로 자기를 소개한단다. 남편은 많은 가능성이 있는 아이에게 왜 한정된 분야로 진로를 제한하느냐며 반대했다. 사실은 나도 조심스러웠다. 꿈은 나이가 들면서, 더 큰 세상을 보면서 자꾸 바뀌고, 진화하는데 섣부른 울타리를 만든 건 아닐지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딸과 의논하고 스스로와 자문해 본 결과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최종결정을 내렸다. 섣부른 시도가 신중한 검토를 앞지른다. 가고 가는 가운데 알게 되고 행하고 행하는 가운데 깨닫게 된다. 오랜 대화 끝에 아직 명확하지는 않지만 푸드 아티스트와 엇비슷한 일을 하고 싶어하는 딸에게 이 명함은 중요한 지렛대가 될 것이다.
결심한 꿈은 적고 붙이고 소문내야 한다. 선화공주를 사랑한 서동이 서동요를 불러서 꿈을 현실로 이룬 것처럼 꿈은 적혀야 소망이 되고 되뇌어야 실천이 되고 소문이 나야 현실이 된다. 나른한 공상이 아니라 철저한 약속이 되려면 혼자만의 힘으로는 안 된다. 종이와 시간과 주위의 도움이 필요하다. 나는 매년 플래너 속지를 바꾸면서 적고 붙이고 소문낸다. 물론 작년에 다짐한 것 중 못 이룬 것도 많다. 하지만 그것은 못 이룬 것이 아니라 아직 덜 이룬 것이다. 아직은 과정이고 아직은 안 끝났다. 이런 곱씹는 과정과 되새김질하는 과정이 나를 북돋고 꿈을 공고히 한다. 천재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고, 수동형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능동형으로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능동적으로 혼자 선택한 것이 다가 아니라 기록된 각오와 주위의 관심으로 무럭무럭 자란다.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5년 전 업비트서 580억 암호화폐 탈취…경찰 “북한 해킹조직 소행”
-
2
'아이폰 중 가장 얇은' 아이폰17 에어, 구매 시 고려해야 할 3가지 사항은?
-
3
5대 거래소, 코인 불장 속 상장 러시
-
4
코웨이, 10년만에 음식물처리기 시장 재진입 '시동'
-
5
현대차, 차세대 아이오닉5에 구글맵 첫 탑재
-
6
'주사율 한계 돌파' 삼성D, 세계 첫 500Hz 패널 개발
-
7
나무가, 비전 센싱 기반 신사업 강화…“2027년 매출 6000억 이상”
-
8
美 한인갱단, '소녀상 모욕' 소말리 응징 예고...“미국 올 생각 접어”
-
9
재생에너지 키운다더니…지자체간 태양광 점용료 4배 차이
-
10
서울대에 LG스타일러 … LG전자 '어나더캠퍼스' 확대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