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환골탈태 기로에 선 `게임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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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원회는 게임산업진흥법 부칙을 통과시켰다. 게임물등급위원회에 대한 예산 지원 중단을 2011년까지 2년 동안 유예한다는 게 부칙의 골자다. 다행히 게임위의 파행 운영을 막게 됐지만 새 문제가 불거졌다. 예산 부족분을 심의 수수료로 채우겠다는 문화부의 방침이다.

 아직 검토 중이지만 문화부는 내년부터 수수료를 큰 폭으로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방침이다. 상당수의 문방위 의원들이 ‘게임 심의 비용은 수익자 부담 원칙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문화부는 이를 수용, 수수료 인상 방침을 정했다.

 업계는 지난 3월 10배 가까이 인상된 수수료를 또다시 올린다는 말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이다. ‘정부가 게임 산업을 육성한다면서 비용만 전가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고 볼멘 소리를 내는 업체도 적지 않다. 정부가 기업 규모와 게임 종류에 따라 인상 폭을 달리하는 대안을 마련 중이지만 중소 게임 개발 업체의 부담을 줄이기에는 역부족이다.

 게임 업계의 비용 증가는 유감이지만 게임 심의가 민간으로 이양돼야 하고 비용을 수익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은 옳다. 수수료 인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게임위의 변화다. 정부가 정한 등급제도를 민간이 자율적으로 수행한다면 게임위는 규제 일변도 자세를 버려야 한다.

 게임위는 우선 변화된 사회상을 반영할 수 있도록 심의 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 국내에서 미성년자 이용불가 등급을 받은 게임이 미국에서는 중학생도 즐길 수 있는 등급을 받는다.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하는 서구 사회의 특징을 감안해도 너무 큰 격차다.

 게임위는 또 폭력성과 선정성에는 가혹하리만큼 날카로운 심의기준을 들이대면서 게임 내에 숨어 있는 사행성 요소를 찾아내지 못한다. 좋은 게임 아이템을 미끼로 즉석 복권 같은 아이템을 현금 받고 파는 게임이지만 귀여운 캐릭터가 등장하면 초등학생도 즐길 수 있다.

 심의위원도 민간 기구에 맞게 교체돼야 한다. 현 심의위원 15명 중 게임과 직접 관련을 맺은 사람은 5명에 불과하다. 기준을 IT 관련 인사로 넓혀도 절반 이하다. 콘텐츠는 경험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다. 게임을 모르는 사람들이 심의하는 셈이다. 게임 업계의 의견이 반영될 여지가 없다.

 게임위와 비슷한 성격인 독일의 USK에는 게임 업체 관계자도 심사에 참여한다. 일본의 게임 심의기구인 CERO에는 게임 이용자도 있다. 영화계에서 게임위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는 영상물등급위원회는 9명의 심의위원 중 6명이 영화 감독이거나 영화 전공 교수다. 나머지 위원들도 영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편이다.

 게임 심의의 민간 이양은 비용만 전가한다고 이뤄지지 않는다. 심의 기준 현실화와 심의위원의 전문성 확보가 전제되지 않으면 수수료 인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아울러 민간기업의 노력에 버금가도록 게임위는 심의 효율성 제고와 업무 최적화를 통해 비용 절감 방안을 내야 한다. 민간 심의에 어울리는 게임위의 환골탈태를 바라는 이유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