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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미국 뉴욕에 재미있는 학교 하나가 문을 열었다. 게임적 요소와 디자인을 중심으로 교육 과정을 꾸민 ‘퀘스트 투 런’(Q2L, Quest to Learn)이다. 미국 놀이연구소(Institute of Play)가 설립하고, 파슨스 디자인스쿨과 게이츠재단 등이 자금을 지원했으며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공립학교로 정식 인가를 받아 화제가 됐다.

 학생들은 ‘스포어’ 게임을 플레이하며 진화에 대해 배우고, ‘문명’(Civilization) 게임으로 무기·기술력 등과 문명의 발전과의 상관 관계를 토론하기도 했다.

 그러나 Q2L에서 이렇게 직접 상용 게임을 하며 이뤄지는 수업은 그리 많지 않다. Q2L의 핵심은 교육 과정에 게임의 요소를 적용해 보다 의미있는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게이머가 게임 속 캐릭터가 되어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듯,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적절한 역할을 부여받고 과제를 해결해 가며 자연스럽게 배우는 셈이다.

 수학 문제를 푸는게 아니라 수학자의 역할을 하며 수학을 배우는 식이다. 수업도 언어와 수리 영역을 포괄하는 ‘code world’나 수리·과학 분야를 다루는 ‘how things work’ 등과 같이 학제간 통합 형태로 구성된다.

 미국에서 캐주얼 게임 개발사 ‘게임랩’을 창업하고 Q2L 설립에도 참여한 피터 리 게임학습연구소장은 “이제 게임은 완전한 생활의 일부”라며 “교육이 게임을 받아들여 디지털 세대의 학생들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은 어떤 상황에 당사자로 들어가 직접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고 얼마든지 실패하며 배울 수 있는 가장 효율적 학습 매체”라고 말했다. 게임은 목적이 확실하므로 ‘맥락’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 ‘의미’와 ‘동기’ 부여가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Q2L은 게임 디자인과 시스템적 사고 능력 자체를 키우는데도 힘을 쏟고 있다. 게임을 디자인하는 것 자체가 시스템 내 각 요소들의 관계와 역할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을 필요로 한다. 게임 디자인적 접근을 통해 현대 사회에 필요한 능력들을 자연스럽게 키워줄 수 있다는 것.

 리 소장은 “지식 노동도 이제 공장에서 찍어내듯 공급할 수 있는 시대”라며 “미래 사회에 필요한 창의력과 혁신, 협력, 의사소통 능력 등을 키우기 위해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IT 기술의 발달로 인한 유비쿼터스 사회에서 사람과 일을 이어 줄 방법론으로 게임을 따라올 것이 없다는 설명이다. 성균관대에서 게임 워크샵을 진행해 온 그는 15일 ‘게임즈 포 체인지 코리아’ 등과 함께 학생들이 디자인한 새로운 방식의 게임 만들기를 소개하는 행사도 가질 예정이다. ‘이산가족’과 ’지역 이기주의’ 등을 소재로 학생들이 게임 요소를 적용해 만든 아날로그 놀이들이 소개된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