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는 점심 때면 하얀 토피(인도 전통모자)를 쓴 남자들이 조그만 원통들을 자전거에 싣고 달려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점심 도시락을 배달하는 일꾼인 ‘다바왈라(dabbawalla)’들이다. 다바왈라는 19세기 말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 시절, 인도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 영국인들이 하인을 시켜 집에서 만든 음식을 직장으로 가져오던 문화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다바왈라들은 수많은 점심 도시락을 배달하지만 장소와 시간을 거의 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통 도시락에는 글자가 아니라 색깔 코드가 붙어 있다. 특정 색깔은 특정 건물을 표시하는데 당시 다바왈라들은 대부분 문맹이어서 글자는 잘못 볼 수 있지만, 색깔로는 틀리지 않는다고 한다. 미국 CBS방송은 그 비밀이 배달의 ‘단순성’에 있다고 보도했다. 집에서 사무실까지 배달되는 데 평균 4명의 다바왈라를 거치지만, 이 같은 단순성으로 정확하게 배달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49억통, 하루 평균 2000만통의 우편물이 배달된다. 개인이 보내는 편지는 줄어든 반면에 통신회사, 신용카드사, 은행, 공공기관, 백화점 등 기업이나 기관에서 보내는 우편물은 늘고 있다. 그럼 이렇게 폭주하는 우편물을 정확하게 배달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자동화와 정보화라는 우편기술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화기기의 도입은 유럽에서 시작됐는데, 사람의 노동력을 대체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자동 소인, 자동 구분, 배달순서 정리 등으로 발전했고, 우편번호제도가 도입되면서 선진국은 물론이고 저개발 국가들도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 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IT강국답게 우편업무에 자동화, 정보화 기술이 도입됐다. 웹 기반으로 우편물 접수에서 배달까지 전체 과정을 정보화해 전국에서 소통되는 우편물 현황을 한눈에 알 수 있는 포스트넷(PostNet)과 GPS·GIS 기반으로 차량관제와 우편물의 흐름을 파악, 소통상황과 장애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우편물류상황관제시스템은 우리나라 우편업무의 뼈대라고 말할 수 있다.
또 우편봉투에 적힌 글자를 읽어 주소로 표현하는 주소인식기술, 인터넷으로 다량의 우편물을 제작에서 배달까지 모든 과정을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기술 등은 우편업무에서 빠질 수 없는 핵심이다. 이처럼 우편업무는 한 꺼풀만 벗겨 보면 첨단기술의 집합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 우편기술은 이미 만국우편연합(UPU:Universal Postal Union)을 통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이 앞다퉈 벤치마킹을 하고 있고, 이에 발맞춰 우편장비와 우편시스템의 수출도 상승세다. 카자흐스탄에 60억원 상당의 우편물류시스템을 수출한 것을 비롯해 올해 수출액은 지난해 2500억원보다 500억원이 늘어난 3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다바왈라 산업은 매년 5∼10%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정확한 배달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이 발달하면서 요즘에는 누구나 휴대폰으로 간편하게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몇 번의 클릭으로 e메일을 보낼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매년 50억통에 가까운 우편물이 완벽하게 소통되고 있다. 늘 마시는 물처럼 존재감을 느끼지 못할 뿐, 최첨단의 자동화와 정보화가 국민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남궁민 우정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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