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애플의 인기 스마트폰 아이폰을 공식 출시하면서 쇄국적이었던 국내 IT.통신시장에도 큰 변화의 바람이 일어나게 됐다.
아이폰 출시에 즈음해 SK텔레콤의 T옴니아2 가격 인하, KT의 쇼옴니아 출시 발표, LG텔레콤의 오즈옴니아 출시 계획 등이 이어지는 것과 함께 이통시장은 이제야 스마트폰에 눈을 크게 뜨기 시작했다.
아이폰이 전 세계적으로 3천300만대가 팔린 ’히트상품’이어서가 아니라 휴대전화 및 통신 시장의 폐쇄적 구도를 깨고 스마트폰, 나아가 무선인터넷의 대중화를 이끌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3세대 단말인 3G가 북미 시장에 등장한 지 1년6개월여만에야 국내 시장에 나온 아이폰은 그래서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스마트폰 대중화 이끈다=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2013년까지 스마트폰 보급 대수를 현재 50만대에서 400만대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지난 9월 발표했다. 무선인터넷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목표 아래 그 수단이 될 스마트폰을 5명중 한명이 갖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휴대전화 제조에 관한 한 세계 최강국이면서도 우리나라는 작년말 현재 국내 스마트폰 비중이 5%에 불과하다. 해외 스마트폰 보급률은 13%에 이르고 있다.
국내 휴대전화 유통시장은 그동안 제조업체와 통신업체 간 담합 구조에 따라 고만고만한 사양의 피처폰(일반 휴대전화) 중심으로 보조금 마케팅 경쟁을 벌이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런데 아이폰은 이런 시장에 새로운 자극제 역할을 했다. 마니아층의 주도로 일반인들도 고기능 고사양 스마트폰에 관심을 갖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김우식 KT 개인고객부문 사장은 “아이폰은 국내 스마트폰 시장 활성화의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싸고 편리한 스마트폰의 보급, 콘텐츠 가격, 소비자 만족도에 따라 스마트폰 시장의 크기가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 수가 174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문기관의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만 스마트폰이 얼리어답터에 이어 보수적이고 실용적인 대중들에게까지 이르는 토네이도 마케팅 단계까지 이르려면 싼 가격과 편리한 어플리케이션, 풍부한 콘텐츠에 대한 마케팅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에 따라 아이폰의 등장에 맞춰 SK텔레콤은 즉각 T옴니아2의 가격을 대폭 인하했고 KT도 쇼옴니아 출시계획을 발표했으며 LG텔레콤도 오즈옴니아 출시를 서두르는 등 이통시장이 스마트폰 경쟁으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내년초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안드로이드폰이 가세하면 스마트폰 시장은 더욱 다변화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권도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모바일 전문 조사기관인 ROA 그룹은 “향후 국내 시장의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아이폰보다 안드로이드폰이 주류가 될 것”이라며 “이는 해외 시장의 이머징 디바이스의 확장방향과 트렌드가 국내시장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무선인터넷 활성화=김우식 사장은 28일 아이폰 개통행사에서 아이폰을 ‘무선 인터넷을 활성화시킨 장본인이라는 상징성있는 단말기’라고 소개했다.
실제 무선인터넷 단말기로선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아이폰은 정부의 정책목표인 무선인터넷 활성화를 실현시켜줄 가장 유용한 수단으로 꼽힌다.
유선인터넷은 자타 공인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무선인터넷 분야는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것이 우리나라 통신산업의 현실이었다.
국내 무선인터넷의 매출 비중은 작년말 기준 17.4%에 불과할 정도로 낙후돼 있다. 주요 선진국에서 이동통신 요금중 무선인터넷이 차지하는 비중이 일본 41%, 호주 32.4%, 영국 27.8%, 중국 27.2%, 홍콩 26.7%, 미국 25.5%인 것과 큰 차이가 난다.
비싼 데이터통신 요금이 가입자들의 무선인터넷 이용 의지를 꺾으면서 외면을 받아온 것이다. 국내 무선인터넷은 지나치게 3G망과 와이브로에 의존해왔고 이통사들은 자사의 무선콘텐츠를 쓰도록 단말기의 무선랜(WiFi) 탑재를 막아왔다.
뒤늦게 각성한 정부도 ‘무선인터넷 개방이 대세’라는 명제를 내세워 이통사의 무선인터넷 매출 비중을 3년 안에 50%까지 끌어올리기로 하고 이통사들에 요금인하를 독려하고 있다.
KT가 무선인터넷 요금 인하를 위해 스마트폰 전용 요금제를 내놓았고 SK텔레콤은 무료 데이터 이용량을 대폭 늘린 무선인터넷 신규 정액제를 출시했으며 LG텔레콤도 스마트폰용 무선데이터 요금제를 절반 인하해주기로 했다.
아이폰을 통해 무선 인터넷이 활성화하면 각종 소프트웨어를 앱스토어에서 사고팔면서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도 발전하고 이용자들의 생활 방식도 변하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통 3강구도 변하나=아이폰 판매가 보조금 과다 지급 등으로 인해 ‘대박’을 내지 못할 것이라는 증권가의 전망이 나오지만 KT로선 5대 3대 2 구도로 고착되고 있는 이통시장의 구도를 뒤흔든 것만으로도 일단 큰 성과다.
그간 SK텔레콤과 KT, LG텔레콤이 자사의 3G망을 통한 데이터 접속료 수익 올리기에 급급했던 만큼 KT는 아이폰 출시와 데이터접속료의 과감한 인하를 통해 치고 나왔다.
더욱이 기존 이통사의 무선인터넷은 가입자가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서비스 종류와 수준을 통제하는 폐쇄적 구조였지만 아이폰에서는 무선랜을 통한 망 개방으로 통제가 불가능하다.
KT는 SK텔레콤에 뒤져있는 음성통화 시장에서 2위 사업자로 안주하기보다는 아이폰을 역전의 발판으로 삼아 무선인터넷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 선두주자로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데이터 요금을 인하해 수익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이용자가 늘어 무선인터넷 시장규모가 커지면 거기에서 더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계산도 하고 있다.
쇼옴니아까지 끌어들인 KT는 애플의 첫 파트너로, 스마트폰 시장의 선두주자로 이미지를 제고하면서 와이파이 허용을 통한 유무선통합(FMC) 분위기를 리드하는데 성공했다.
아이폰 예약구매자 6만명 가운데 타사에서 전환하는 사람이 50% 정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시장판도의 변화 가능성을 짐작케 한다.
연합전선을 형성한 SK텔레콤과 삼성전자가 이런 전망에 긴장하고 있는 것도 당연하다.
더불어 앞으로 휴대전화 시장도 제조업체가 주도하는 공급자 시장에서 이용자들이 필요한 기능을 원하는 제품이 인기를 끄는 수요자 중심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 IT 전문가는 “앞으로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무선인터넷 시장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적정한 데이터 요금 아래에서 경쟁력 있는 콘텐츠가 올라오게 되면 공급자 위주에서 수요자 중심의 시장으로 바뀌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콘텐츠산업이 뜬다=TV,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전화 등 통신방송 기기 면에서는 세계 강국이면서도 상대적으로 뒤처져온 콘텐츠, 소프트웨어 등 IT서비스 산업도 아이폰 출시와 함께 본격적으로 성장동력화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의 통신방송 콘텐츠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2.8%, 소프트웨어 점유율은 1.7%에 머물고 있다. 무대가 작았던 탓이 크다.
이런 점에서 앱스토어라는 강력한 콘텐츠 경쟁력을 보유한 아이폰을 두고 국내 모바일 콘텐츠 시장의 활성화도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아이폰 출시 전부터 다양한 애플리케이션들이 개발되고 있으며 관련 모바일 게임사와 음원 서비스업체, 모바일 솔루션기업 등도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넥스트리밍은 아이폰 출시에 맞춰 아이폰 전용 미디어 플레이어인 ‘넥스플레이어’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와 함께 스마트폰을 대상으로 한 바이러스나 악성코드 등 각종 보안 위협이 가시화되면서 유선 인터넷에서만 맴돌았던 정보유출 등 보안문제도 무선 시장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이폰 출시와 더불어 중소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는 충전용 젠더, 스피커, 보호필름, 이어폰, 블루투스 등 주변기기 시장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등 아이폰 효과가 전방위에서 확산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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