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이효리처럼 당당하기를 바라면서 며느리는 성유리처럼 다소곳하기를 바란다. 우리 딸이 힐러리 같으면 자랑스럽지만 내 아내가 힐러리 같으면 골치 아프다. 이율배반적인 딜레마가 우리 삶에 공존한다. 딸은 알파걸로 키우면서 아내는 여전히 조선시대 풍습을 유지해 주기 바라고, 딸이 골드미스되는 건 자랑스러워 하면서 며느리가 밖으로 나도는 건 불안하다. 풀리지 않는 모순이다. 내 딸이 다른 이의 며느리가 되고, 다른 이의 아내가 될 텐데 말이다. 가정에서 아버지는 바뀌었을지 모르지만 아직도 남편과 남성은 여성에게 이중 잣대를 들이댄다.
가정에서뿐만 아니다. 직장에서도 알파걸은 골드미스가 되기 위해 여러 가지 딜레마와 맞선다. 여성이 일을 잘하면 “김 대리는 여자 같지 않아”라며 그 여성의 특출함을 개인화하고, 여성이 일을 못하면 “여자들은 역시 안 돼”라며 그 여성의 무능함을 여성 전체의 것으로 일반화한다. 남성이 일을 못한다고 “남자들은 안돼”라고 남성 전체를 매도하지는 않는다.
여성이 리더가 되도 마찬가지다. 여성 리더가 성과를 못 내면 ‘역시 여자라서’라며 여성 전체의 리더십에 부정적 꼬리표를 붙이고, 여성 리더가 성과를 잘 내면 “여자답지 못하게 독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여성이 잘못하면 앞으로 여성을 뽑지 않을 것이라는 부담감을 안게 되고, 여성인데 잘하면 여성답지 못하다는 부정적 평가를 감수해야 한다. 이제 이 딜레마를 끊고 딸들의 도약만큼 아내와 며느리들에게도 약진의 발판을 마련해 주자. 이제 이 모순을 뒤집어 알파걸이 진정 알파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색안경을 던져버리자. 그래야 내 딸이 행복하다. 그래야 내 아들도 그녀와 함께 행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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