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포럼] 콘텐츠산업의 새 패러다임 `개방·연계·선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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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니스 세계에 영원한 진리나 법칙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인류역사상 열린 사회와 닫힌 사회 중 열린 사회가 상대적으로 오래 지속된 사실은 쉽게 알 수 있다. 이민족과 이종교에게 열린 자세를 견지한 로마는 1000년제국을 이어갔으나 단일민족 소수엘리트주의를 고수한 그리스의 스파르타는 인상적이나 짧은 역사를 뒤로하고 사라졌다.

 비즈니스 세계에도 이러한 현상은 비일비재하다. 비디오 저장에서 소니의 베타방식과 파나소닉의 VHS방식 간 경쟁도 기술력이 아닌 비즈니스 생태계의 개방성에 의해 그 승패가 갈렸다. 또 개인용 컴퓨터에서도 애플이 매킨토시에 그래픽유저인터페이스(GUI)라는 획기적인 개념을 먼저 선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로소프트의 도스(DOS)에 기반한 IBM이 범용 시장을 장악한 것도 IBM PC호환기종이라는 열린 사업환경을 구축해 적극적으로 우군진영을 형성·연계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앞선 IT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으며 콘텐츠산업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초고속인터넷망을 기반으로 온라인게임(MMORPG)이라는 비즈니스로 세계시장을 선점, 지배하고 있으니 이는 초고속인터넷 이용률 77.6%라는 IT인프라 구축에 의한 열린 사업환경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나라 IT인프라 중 돋보이는 분야는 가입자 수 약 4500만명이라는 이동통신환경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괄목할 만한 비즈니스를 창출해내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만약 일찌감치 모바일콘텐츠 산업환경을 열린 구조로 만들었다면 한때 전 세계 모바일게임의 선두주자였던 컴투스(2008년도 매출 298억원)는 지금보다 훨씬 나은 모습으로 성장해 세계 모바일게임 시장을 주도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해본다. 통신은 국가기간 산업인 관계로 해외시장 진출이 쉽지 않으나 통신을 근간으로 서비스되는 애플리케이션, 특히 콘텐츠는 해외시장 진출이 용이하다는 관점에서 보면 좋은 기회를 놓친 것이다.

 애플이 약 4500만대에 이르는 아이팟과 아이폰 소유자를 대상으로 앱스토어라는 오픈마켓을 선보이며 전 세계 모바일콘텐츠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현상은 개방의 강점을 방증하는 한편 융합 비즈니스의 기회를 보여주고있다. 즉, 우리도 강점을 보유한 IT인프라와 제조업의 경쟁력 그리고 문화 파워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무선 통신환경에서의 개방성뿐 아니라 사업연계를 용이하게 하는 열린 사업구조 확보와 더불어 각 영역의 적극적인 연계와 융합이 필요하다.

 전 세계 콘텐츠 시장은 온라인게임을 제외하고는 미국·일본·유럽 등의 선도기업에 의해 지배되고 있으며 그들의 리그 속에서 우리는 캐치업에 주력하고 있는 실정이다. 캐치업도 산업전략의 하나긴 하지만 도약과 비약을 준비하지 않고서는 우리 콘텐츠 산업의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 준비해야 할 일은 우리가 지닌 모든 인프라와 리소스를 활용해 가까운 장래에 나타날 시장을 정의하고 다소 도전적이고 모험적인 융합형 콘텐츠 비즈니스를 시도하는 것이다. 개방형 사업환경 조성과 아울러 관련 기업의 역량을 연계·융합하고 공공 부문의 지원역량을 집중함으로써 새로운 콘텐츠 비즈니스를 주도하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콘텐츠 강국이 되는 것은 실현가능한 꿈이다.

 정호교 한국콘텐츠진흥원 미래융합콘텐츠단장/hkjung@koc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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