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 산하기관인 산업기술평가원과 산업단지공단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 19일 열린 국감에서 두 기관에는 여야 의원들의 따가운 질타가 이어졌다. 산기평 과제수행기관 직원들이 연구개발비를 횡령하거나 허위 증빙 자료를 제출해 수백억원에 달하는 국민 혈세을 눈먼 돈으로 알고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여당인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조차 “산기평이 지난 5년간 횡령한 연구과제는 총 150개로 금액으로만 193억원에 이른다”고 질타했다.
더욱이 이들 기관 직원의 행태가 가관인 것은 전직 대통령 국장과 국민장 기간 중 골프를 치거나 외유성 해외연수를 떠났다는 사실이다. 산단공 직원들은 전 국민이 애도하는 국장과 국민장 기간에 버젓이 외유성 연수를 다녀온 것으로 밝혀졌다. 주승용 민주당 의원의 지적처럼 “엄숙한 추모 분위기를 해치는 사례가 없도록 유의하라”는 행정안전부의 국장 기간 지침도 무시한 것이다. 해외 연수의 명분은 ‘저탄소 녹색성장 및 선진 노사문화 해외 벤치마킹’이었지만 연수 기간 대부분이 관광지 탐방이나 박물관 견학이었다. 참으로 공공기관의 임직원들이 맞는지 묻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산단공은 지난 2007년 이후 두 차례나 대규모 공금 횡령사건이 발생했는데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공교롭게도 이날 지식경제부 수장인 최경환 장관은 취임 한 달을 맞아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산하 협·단체와 기관의 업무 추진 및 정부 지원금 유용을 강도 높게 지적했다. 감사 결과에 따라 응분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지금 지경부는 신임 장관을 맞아 직원들이 장관 철학을 공유하며 새 비전 마련에 여념이 없다. 이런 때 산하기관들의 잘못된 행태가 국감 도마에 오른 것이다. 담당직원의 실수라는 기관장들의 답변 또한 궁색하기 짝이 없다. 새 장관에 맞는 지경부 산하기관의 의식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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