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글날이다. 매년 다가오는 날이지만 정보기술(IT) 업계가 맞는 올해는 유난히 우울하다. 한글을 디지털비즈니스 모델로 만드는 이른바 ‘디지털 한글’ 기업이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글의 세계화와는 달리 한때 수십곳에 이르던 한글 서체 개발업체들은 이제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한글과컴퓨터·넷피아 등 한글 솔루션 대표 기업의 시장지배력도 급격히 약화됐다. 특히 워드프로세서 시장에서 향후 국내 기업이 사라지게 되면 디지털 한글 문화 위축은 물론이고 외화 유출도 극심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때 워드프로세스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한 한글과컴퓨터의 ‘아래아한글’의 시장점유율이 10% 안팎에 불과하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자체 조사한 국내 오피스시장 점유율에서는 한글과컴퓨터의 점유율이 불과 6% 선이다. 이런 추세라면 5년 내 국산 모국어 프로세스가 종언을 고할 수 있다.
넷피아도 마찬가지다. 한글인터넷주소 서비스로 반향을 일으킨 이 회사는 지난 2006년 236억원에 달하던 매출이 지난해 74억원으로 무려 70% 가까이 폭락했다. 한글 서체 개발업체들 역시 소프트웨어(SW) 불법복제가 횡행하면서 이제 산돌커뮤니케이션 등 대표적인 기업을 제외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상태다.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한글의 시장 제한적인 요인도 있을 것이고 기능 자체에 대한 경쟁력도 무시할 수 없다. 이로 인한 경제적 국부 유출도 우려된다. 독점적 지위로 MS에 지급해야 하는 대가도 만만치 않다.
‘디지털 한글날’을 다시 봐야 하는 이유다. 창의적인 ‘디지털 한글’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선 기업마다 품질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힘쓰고 정부 역시 ‘디지털 한글’ 기업의 비즈니스가 활기를 띨 수 있도록 법·제도를 정비함은 물론이고 각종 지원책에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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