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기능인력 넘어 기술영재 양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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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발 국제금융위기의 기세가 한풀 꺾이고 각종 경제지표가 살아나면서 경기회복 국면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듯하다. 더불어 중소기업들도 해외 수출시장 호조와 내수경기 부양 등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무환경에 처해 있는 중소제조업의 기능인력 부족현상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 경기회복에 걸림돌로 작용될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중소제조업 기능인력 부족이 심화되는 주요 원인은 중소기업에 대한 기능인력의 주요 공급원이었던 전문계고 졸업생이 2000년 이후 급감하고, 전문계고 졸업생이 대학진학을 선호함에 따라 취업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2008년 전문계고 수는 697개교로 10년 전인 1998년의 772개교였던 것에 비해 75개교나 감소했다. 졸업생 수 역시 1998년 30만2416명에서 2008년 15만8408명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전문계고의 진학률은 1998년 35.7%였으나, 해마다 증가세를 보여 2008년의 진학률은 무려 72.9%에 달하고 있다.

 전문계고의 직업교육은 지난 산업화시대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해 적재적소에 공급하면서 국가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해왔다.

 1970년대 초에는 대부분의 학생이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대학진학이 힘든 원인도 있었겠지만,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은행이나 기업으로 취직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상고, 공고로 진학하는 사례가 많았다. 나 역시 상고를 졸업한 후 곧바로 은행에 취업해 산업현장에 투입될 수 있었다. 전문계고는 국가적인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차원에서 볼 때 학생에게 다양한 교육기회를 제공해 왔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학벌지상주의와 학력 간 임금격차, 직업편견 등으로 인해 전문계고의 위상이 지속적으로 약화돼 온 것이 사실이다.

 직업교육의 인기가 일반계고보다 훨씬 높은 핀란드의 교육환경을 살펴보면, 든든한 국가의 지원과 함께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직업 환경에 맞춘 전문화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직업학교 졸업자가 취업해 기업현장에 투입됐을 때 별도의 직장 내 교육훈련(OJT)이 없어도 우수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교육의 기저에 산학협력 활동이 있음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또 모든 학생이 기업가 정신과 경영 기법을 배움으로써 당장이라도 스스로 비즈니스를 영위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1인 창업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 우리 전문계고에서도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대표적으로 산업 수요에 부응하는 특정분야 인재 및 전문직업인 양성을 위한 특성화고와 기업체가 요구하는 맞춤형 현장실무 교육인 기업·공고맞춤형 인력사업 등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얼마 전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제40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우리나라는 전문계고 출신 기능인의 선전에 힘입어 미국, 일본, 스위스 등 선진국을 제치고 열 여섯 번째 종합우승이라는 쾌거를 올릴 수 있었다. 기능강국의 위상을 재확인하게 됐을 뿐만 아니라 전문계고의 저력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됐다.

 전문계고의 다양한 변화가 지속될 수 있도록 정부는 전문계고에 대한 행·재정적 지원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전문계고도 스스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산학협력 등을 통해 교육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학벌보다는 실력을 우선시하며, 기능인력이 국가 미래를 짊어질 기술영재로 커나갈 수 있도록 따뜻한 시선으로 격려해 줄 수 있는 사회적 인식 전환도 함께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장 박창교 pck0202@Tip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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