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나로호,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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뭇매를 맞았다. 나로호(KSLV-Ⅰ)는 엔진은 정상이 아니라는 비난이 나왔다.

 치욕스러운 것은 첫 우주발사체라고 자랑하는 나로호를 ‘러시아 흐루니체프사가 한국 땅에서 앙가라 엔진을 시험 발사’하는 정도로 치부하는 시각이다. 여섯 번째 예정일이 미뤄지자 ‘이러다가는 발사를 못하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고, 연고 없는 곳에서 5년째 나로우주센터를 세우던 연구원들만 ‘양치기 소년’이 됐다.

 나로호는 출발부터 순조롭지 않았다. 2004년 러시아 흐루니체프와 너무 비싼 돈을 주고 계약을 한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정치권도 시끄러웠다. ‘카더라’는 당시에도 큰 힘을 발휘했다.

 소문은 우리 우주과학기술이 일천하다는 데서 발생한다. 애석하게도 나로호는 100%로 우리 기술로 발사하는 우주발사체가 아니다. 우주센터를 만들고 첫 번째 우리 땅에서 발사하는 로켓일 뿐이다. 1957년 스푸트니크호가 우주로 떠난 이후 50년 동안 6000기가 넘는 로켓이 하늘로 올랐다. 우리는 어렵다, 돈이 많이 들어간다, 남북한 대치 상황이라는 이유로 외면했다. 충남 안흥 국방부 소속 시험장에서 군인 눈치를 보아가며 ‘신기전’과 유사한 초기 로켓 모델 시험을 했다. 열 명 남짓한 연구원들의 고된 작업이었다. 기계연구원 부설 항공우주연구소가 생겨난 지도 불과 20년, 연구소가 독립한 지도 13년이 못 된다.

 나로호는 발사 지지대에 고정된 로켓 하나 정도로 표현된다. 속내는 다르다. 나로호와 지지대 아래에는 연료를 넣고, 해당 로켓을 제어, 추적할 수 있는 장치들이 들어가 있다. ‘빙산의 일각’이라는 표현이 적합하다.

 나로호는 100㎏급 인공위성을 저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는 한국 최초 위성발사체다. 1단 액체엔진과 2단 고체 킥모터로 구성되는 2단 짜리다. 우리는 2단의 고체모터, 레이로드 페어링, 페이로드 어댑터, 탑재용 항법제어시스템(탑재 SW는 러시아 개발), 탑재용 원격측정시스템, 발사체 관련 지상장비 제작 및 조립, 발사 운용기술을 개발했다.

 전체 시스템 설계 및 개발, 발사체 1단 엔진, 발사 운용 등은 러시아가 담당한다. 러시아가 발사체 1단에 우리의 접촉을 막은 것도 이곳에 핵심기술이 있기 때문이다.

 우주과학기술은 진입장벽이 높다. 독점적이다. 로켓은 인공위성을 쏘아올리기도 하지만, 앞에 폭탄을 장착하면 대륙 간 탄도미사일이 된다. 우리는 요즘 환율로 환산해 2400억원 정도를 러시아에 줬다. 2400억원을 줬는데 팩스 한 장 보내서 발사일정을 연기하는 러시아의 일방적 태도에 울화가 치민다. 하지만 큰소리칠 형편이 아니다.

 핵심 기술을 가진 국가는 늘 ‘갑’이다. 한국은 그들의 기술을 졸라서 사와야 하는 ‘을’이 된다. 돈을 내고도 비굴하게 그들의 로켓 조립장을 기웃거려야 하고, 눈동냥, 귀동냥을 해서 숨겨진 기술을 눈썰미로 배워야 한다. 슬픈 현실이다. 1호 우주인 자리를 내놔야 했던 고산 연구원처럼….

 연구원들은 진짜 싸움은 9년 뒤인 2018년부터라고 한다. 그때 우리는 ‘나로 2호(KSLV-Ⅱ)’를 발사한다. 지금은 위밍업 중이다. 눈치보며 러시아 기술을 배웠을 이주진 항우연 원장, 민경주 나로우주센터장, 박정주 발사체사업단장과 150여명의 우주센터 연구원의 눈썰미를 믿는다. 힘내시라.

 김상용 경제교육부장 sr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