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는데 옆걸음 쳐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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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 관련 국제 특허를 취득한 Y씨는 2005년 많은 전문가의 자문을 거친 뒤 조그마한 제조공장 설립을 결심했다. 1년이면 충분히 공장건설과 시험제작 등을 끝낼 수 있으리라 계획했던 것이 실제로 2년이나 걸렸고, 판매는 5년간은 자신했었는데 개시 1년 만에 급제동이 걸렸다. 유사특허제품이 출현해 가격은 물론이고 품질에서도 경쟁이 되질 않아 개업 5년차에 문을 닫고 말았다. 실패의 원인이 무엇인가.

 첫째, 새로운 유사특허제품 출현을 예측하지 못했다. 인터넷 사회에서는 거의 모든 정보가 공개될 뿐 아니라 뜻만 있으면 누구든지 그 정보를 이용할 수 있어 20세기 들어 IT 관련 특허는 그 실효력이 3년을 넘기가 힘들다고 한다. 실제로 Y씨는 공장설계 및 공장허가에 1년 반, 공장 건설에 6개월을 소요해 도합 2년이 걸렸다. 1년간 마케팅, 판매로 순조로운 성장을 하는가 싶더니 4년차에 유사제품이 출현해 판매가 막히고 말았다.

 둘째, 정보사회의 급진전으로 모든 정보가 공개됐다. 1990년대 초반에는 5대 국가기간전산망 완성, 중반에는 금융실명제 실시, 여기에 이들 서비스를 완벽하게 지원하는 초고속 국가기간통신망이 2000년대 초에 완성됨으로써 정부와 개인의 모든 활동이 투명하게 드러나게 돼 버렸다.

 장관·검찰총장의 국회 인사청문회의 난맥상을 보라. 지난달 주요정부기관을 공격한 인터넷 대란을 보라. 폭로되는 기업경영의 비윤리성을 보라. 인터넷상에서의 정보 보호는 개인정보 보호와 정부정보 보호로 나누어 보아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IT정보이용자보호)는 개인 및 기업이 소유하는 정보의 보호로 정보 소유자가 보호에 책임을 져야 한다. 기업은 자기정보 보호에 만전을 기할 수 있으나, 경제적 약자인 순수개인의 정보 보호에는 정부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정부정보 보호도 정부 각 기관에서 책임을 져야 하나, 지난 7·7 인터넷 대란과 같은 전 정부에 대한 일괄공격은 전 정부적, 체계적, 조직적 대응이 요구된다.

 정부의 각종 민원에 대한 전산화는 HW·SW가 이미 준비돼 있는데도 이를 정당화할 법적 조치가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전적으로 행정부와 입법부의 책임이다. 인터넷을 통한 비윤리적인 정보유통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만 가는데, 이를 막아 선량한 국민과 기업을 보호해야 하는 제도는 게가 옆걸음 치듯 하고 있지 아니한가. 기업활동 촉진을 위한 정부의 각종 인허가 제도의 온라인화, 인터넷화, 또 인감제도 등과 같은 각종 유통관련제도의 온라인화, 인터넷화를 위한 법 제정 정비는 부진하다기보다는 오히려 눈을 감고 있다. 각종 민원 관련 법·제도 정비를 몇 년씩 정쟁으로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는 여야 국회의원들의 추태를 보라.

 정보기술과 서비스는 국제적으로 볼 때, 촌각을 다투어 새로운 특허를 쏟아내고 있는데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제도의 정비는 스톱 상태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데 우리 정부·국회·노사관계 등은 밀어주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뒷다리만 잡고 있으니 자금과 정보능력이 약한 벤처기업인 Y씨가 쓰러지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는 너무도 당연지사가 아니었던가. 국회·정부·기업·노조·국민 모두가 서로 뒷다리를 잡는 것은 극심한 경쟁사회에서 누구를 위한 것인가. 날지는 못해도 뛰도록, 아니 기도록은 해주어야 할 것 아닌가. 개인윤리, 가정윤리, 정부윤리, 노조윤리 등 범국가적인 윤리운동과 더불어 나라사랑운동을 크게 벌려 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박영일 코레스텔 대표이사 ceo@correst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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