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열 포졸이 도둑 하나 못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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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먹튀 하나

 “도와주세요.”

 ‘벗는 뉴스’를 컨셉트로 여성 앵커가 알몸으로 뉴스를 진행해 화제를 모았던 ‘네이키드 뉴스’가 한 달여 만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외국인 회장과 사장은 해외로 줄행랑을 쳤다. 여성 앵커들은 월급 구경도 못했다. 회비를 납부한 회원도 원금은 언감생심. 그녀들은 무엇을 전달하기 위해 옷을 벗었을까. 관능적이지만 선정적이지 않으며 유쾌하고 깊이 있는 뉴스를 표방한다고 했으나 ‘성인물 아류작’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본질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네이키드 뉴스를 보는 시청자들이 뉴스에 주목할 여유가 있었을까. 짐작건대 뉴스보다는 벗은 여성 앵커에 더 관심이 집중됐을 것이다. 결국 네이키드 뉴스는 정보를 외설로 포장한 비뚤어진 음란문화로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굴러가지도 않는데 디자인만 좋은 자동차는 자동차로서 쓸모가 없다. 도로 위에는 겉모양이 투박해도 달리는 자동차가 필요한 것과 같은 이치다.

 #먹튀 둘

 결국 쌍용차 평택 공장에 공권력이 투입됐다. 노사가 회생을 위한 ‘끝장 교섭’에 나섰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70일 넘는 파업으로 차량을 한 대도 생산하지 못했다. 600여개 협력사들로 구성된 협동회 채권단은 법원에 조기파산을 요청할 태세다. 달려야 할 쌍용자동차가 생산라인에 그대로 멈출 것은 자명하다.

 쌍용차 문제는 정부가 산업은행을 통해 상하이차에 매각대금까지 빌려주면서 무리하게 매각한 데서 시작됐다. ‘기술유출 먹튀자본’에 황금알을 쥐어 준 셈이다. 투자는커녕 막대한 이윤과 기술을 안겨줬다는 지적이다.

 #먹튀 셋

 오픈마켓에서 수십억원대의 판매 사기극이 발생했다. 더욱 충격을 주는 것은 직거래 피해를 예방하는 에스크로 서비스를 악용했다는 점이다. 마음먹고 벌인 사기행각이지만 다른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는 개연성은 충분하다. 오픈마켓 측은 비밀번호를 공유한 이들이 벌인 사기극을 일일이 가려내기란 쉽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최근 개인정보 유출이 심각한 상황에서 마음만 먹으면 이 같은 사기극은 언제든 재발할 가능성 있다.

 공정위는 판매자들이 오픈마켓에서 일으킨 소비자 피해 사고에 대해 사이트 운영자도 연대책임을 지도록 하는 ‘통신판매 중개업자의 책임 강화 방안’의 법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중개 의뢰자의 상세 신원정보 제공, 고지의무 강화 등이 골자다. 에스크로 등 오픈마켓 거래시스템의 허점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전자상거래 규모가 10조원을 넘어섰다. 이에 비해 인터넷 거래 사기도 2006년 1만6000건에서 지난해 2만3000건으로 두 배가량 늘었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가 아직도 걸음마 수준이라는 이야기다.

 우리 속담에 ‘열 포졸이 도둑 하나 못 잡는다’는 말이 있다. 도둑이 훔치려고 마음만 먹으면 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나쁜 마음을 가지는 사람은 없다. 눈앞에 큰 재물이 보이거나,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몰렸을 때 나쁜 마음을 가진다. 때로는 한 명의 똑똑한 사람이 열 도둑을 막는 수도 있다.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만큼은 제대로 고쳐야 한다.

 김동석기자·생활산업부 차장dskim@etnews.co.kr